한국일보

두 얼굴의 대한민국

2015-09-21 (월) 김영한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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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차기 대선후보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거대 보수 정당의 수장이 친인척 마약 문제에 더해, 부친의 친일운동 행적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어제(17일), 그의 부친에 대한 평전이 출간됨에 따른 친일행위 미화를 우려하여 기록속에 묻혀있던 관련 사료들을 공개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줄곧 무력침략과 종군위안부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실된 사과를 요구해 왔다. 많은 일본인들과 심지어 몇몇의 한국인들 조차 이미 적절한 사과는 이루어졌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정치적 이득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 뿐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다. 모르고 들으면 마치 두개의 전혀 다른 문제같이 들리지 않는가?

일본 정부 수장의 철면피 같은 고노담화 수정과 안보법 개정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 때, 두 얼굴을 가진 대한민국이 아쉽기만 하다.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한 연예인이 자숙의 시간 없이 계속 방송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밝힌 말이 뇌리를 스친다. “사과하고 잘못했다는 마음을 계속 표현하는 것, 그리고 이전과 달라진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자숙이다.”

사회 지도층에 포진해 있는 친일파 후손들과 최하층에서 빌어먹고 사는 독립투사 후손들의 얘기가 얼마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모두가 같은 견해를 가질 수는 없지만, 어떤 이들은 과거 친일파가 저지른 죄를 그 후손들에게까지 묻는 연좌제를 멈춰야 한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대한민국. 선대의 친일행적을 기억의 망각속에 지우길 원하는 일부 사회 지도자들. 언제쯤이면 대한민국은 일제가 남기고 간 흔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독립이 되거든 고국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간 안중근 의사가 서거한 지 105년이 흘렀다. 아직도 하얼빈 차가운 땅에 묻힌 그의 유해를 언제쯤 찾아내어 소원을 이루어 드릴 수 있을까. 혹시 아직 고국땅에 돌아 오기를 원치 않아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진정한 독립을 맞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패전 이후 당시 조선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가 남기고 간 말이 있다. “보아라! 실로 옛 조선은 위대하고 찬란했으며 찬영했지만 현재의 조선은 결국은 식민교육의 노예들의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진정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하고자 하는 지도자라면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모범이 되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대의 잘못을 감추는데 급급하기 보다 역사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국민앞에 사죄의 뜻을 밝혀 진정한 친일청산과 독립을 이룸에 앞장서는 지도자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김영한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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