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은 인류의 영혼!

2015-09-18 (금)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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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책을 몇 권이나 읽었을까.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량의 책을 읽은 것 같다. 지금도 책은 계속 읽고 있다. 언제가야 책을 읽지 않게 될까. 아마도 세상 하직하는 날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책 읽는 습관이 점점 변한다. 어릴 적과 중고등 대학, 대학원시절에는 교과서를 뺀 다른 교양서는 한 권의 책을 독파 하곤 했다.

그리곤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 번에 수십 권의 책을 읽는다. 도대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어떻게 한 번에 그 많은 량의 책을 읽을 수 있나. 독서시간이 되면 이 책들을 쌓아 놓고 한 권에 1페이지정도 분량을 정독한다. 그리고 또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절대로 많이 나가지 않는다. 1페이지 정도다.

이렇게 책 읽기를 시작한 게 벌써 오래 됐다. 어떤 책은 여러 번을 반복해서 읽은 책들도 많다. 가장 좋아하는, 즉 수십 번을 반복해서 정독하는 책들이 있다. 성경(영어와 같이 된), 불경(동국대학교출판), 노자의 도덕경, 장자의 내편•외편•잡편, 탈무드, 화이트헤드의 책들, 그리고 우주물리학과 심리학을 포함한 현대도서 등이다.


책을 읽어나가면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좋은 구절들은 페이지와 몇 마디 중요한 말을 책의 앞부분이나 뒷부분 여분 공백에 반드시 적어 놓는다. 이렇게 메모된 구절들은 필요에 따라 나중에 찾아보기가 좋다. 전체의 책을 뒤지지 않아도 빨리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시간절약도 되고 전체를 보지 않아도 된다. 습관 나름이다.

때로는 정확히 빨리 읽어야 할 책들이 있다. 그럴 때엔 한 권의 책을 단 며칠 내에 독파하곤 한다. 같이 사는 평생 룸메이트가 “당신은 왜, 돈이 되는 책들을 읽지 않고 허구한 날 그런 책들만 읽냐?”고 반은 빈정, 반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물어보곤 한다. 어쩌랴. 경제학 쪽이나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읽혀지지가 않으니.

인류 역사 이래 인간의 전통과 문화는 선사(先史)시대엔 구술로 전달됐고 문자가 발명된 이후엔 글로 적혀 이것이 책으로 묶여 지식의 이동이 되어 현재까지 오고 있다. 아마도 책으로 전수되지 않았다면 인류는 아직도 옛날의 생활을 그대로 살아올는지도 모른다. 지식과 지혜의 전달이 책을 통해 이루어졌으니 책은 인류의 보고다.

요즘은 전자책으로도 책을 읽는 시대다. 무슨 책이든 읽으면 된다. 그렇다면 책은 왜 읽어야만 하나. 옛 선인들의 책에 대한 명언들을 소개해 본다. “검은 구름을 열고 햇빛이 나타나면 만물은 그 모양을 감출 수가 없다. 책을 펴 놓고서 고금(古今)을 생각하면 천지도 그 진상(眞相)을 감출 수가 없다.” 포박자(抱朴子).

“세상은 광범한데 그 세계가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볼테르. “신이 인간에게 책이라는 구원의 손을 주지 않았더라면 지상의 모든 영광은 망각 속에 되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리처드 베리. “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토마스 바트린.

1,4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매년 5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있다. 세계최초의 헌 책방 마을인 영국의 헤이 온 와이(Hay-On-Wye)다. 1962년 리처드 부스(당시 24살)에 의해 시작돼 유명마을이 된 이곳은 년 100만권의 책을 판매한다. 이곳엔 성곽을 따라 4Km나 이어지는 야외 책장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책장일거다.

이 서점은 점원이 없다. 고객이 책을 가져가고 정원에 있는 금고에 재량껏 돈을 넣는다. 전적으로 고객의 양심에 맡긴다고 하여 이름도 ‘정직서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을 미시(微示)와 거시(巨示), 그리고 현시(現示)로 보게 해 주는 안목(眼目)을 준건 단연 책인 것 같다. 책은 인류의 영혼이다. 책은 영원한 구원자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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