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 가지 메시지

2015-09-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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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예 (뉴욕가정상담소 홍보&교육 코디네이터)

국제결혼으로 미국에 입국하여 혼인생활을 한지 1년 3개월차인 이주여성 K씨는 결혼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부터 시작된 남편 B씨의 폭력으로 인하여 수 차례 이혼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일단은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아 자신의 문제를 알릴 사람도 없고, 한국에 친구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서로 여의치 않아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남편 B씨는 K씨의 여권을 숨겨두고 K씨에게 집을 나가면 불법체류자가 되어 강제출국 당하게 된다고 협박하고 이혼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면 체류신분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힘들게 했다.


지역에서 영어를 배우게 해줬는데도 남편 B씨가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해서 꼼짝 못하게 하니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었다. K씨는 “폭력을 당하고도 언어소통이 힘드니 남편이 유창하게 이야기하면 주변사람들이 남편 말만을 믿는 것 같아 더 무섭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요즘 미국 주류사회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문제가 급증하고 있는 듯 하다. 뉴욕가정상담소 2015년 상반기 서비스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6월 사이에 총 1,276건의 핫라인 전화를 받았으며, 이 중 890건(70%)이 가정폭력/성폭력 관련 케이스였다.

가정폭력 피해자 중 91%가 여성(687명) 9%가 남성(64명) 이었고, 도움을 받으신 분의 대부분인 83%가 25세에서 59세 사이의 성인(624명)이며 나머지는 아동, 청소년, 노인층 이었다.

또한 상담을 받는 사람 대부분이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자였고 피해자 절반정도가 언어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인 가정폭력 피해자 27%만이 경찰에 신고를 한다는 점이며 이는 가정폭력의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인간관계 안에서 한 사람이 다른 상대방을 통제하고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무력을 가하고 위협하고, 고립시키거나 경제적으로 억압하는 행동패턴을 가정폭력이라 일컫는데, 이는 연령, 인종, 성별, 종교, 신분, 교육이나 경제적 수준 또는 민족성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결혼과 연애, 이성관계 뿐만 아니라 동성관계, 그 전에 사귀었던 관계나 동거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관계를 끝내지 못하나? 본인은 “시간이 가면 바뀔 것 이라는 믿음 때문에 관계를 끝맺지 못한다”고 설명하고 싶다.

오는 10월 ‘가정폭력 인식의 달’을 맞아 뉴욕가정상담소는 18회 연례 가정폭력 방지 침묵행진을 10월2일 금요일 오후 5시반에 플러싱 109경찰서 앞에서 개최한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모여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들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뜻 깊은 장이 될 것이다.


참여문의는 뉴욕가정상담소 홍보&교육 코디네이터 718-460-3801 ext.34 또는 jiye.kim@kafsc.org로 하면 된다.

뉴욕가정상담소 제18회 가정폭력 방지 침묵행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침묵행진을 통해 알리려는 세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독자 여러분께 전한다.

1) 가정폭력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 2)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알 필요가 있다는 것 3)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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