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방에 단비 될까, 연말까지 아파트 6만여 가구 공급

2015-09-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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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8월까지 매매가 4.8%↑ 청약 경쟁률 상위 9곳이 지방

▶ 혁신도시로 유입 인구 늘고 공급 부족에 전세가율 80% 육박

‘622.1대1, 379.1대1, 363.8대 1….’

대학 인기학과 입시 경쟁률이나 대기업,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아니다. 최근 대구, 부산 등 비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나타난 청약 경쟁률이다. 올해 가장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지역도 대구 수성구다. 지방 부동산 광풍이 아닐 수 없다. 물량부족에, 저금리, 전세난 등이 맞물린 결과라, 이런 지방 부동산 열기는 가을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다만 지역에 따라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만큼 묻지마식 청약은 자제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8월말 현재 연초 대비 3.64% 상승하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2.43%)을 넘어섰다.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연 지방 아파트다. 지방 5대 광역시(인천 제외) 매매가격은 수도권 평균(3.97%)을 크게 웃도는 4.75%에 달한다. 실제 올해 아파트 분양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상위 10위 단지도 경기동탄2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3차를 제외하면 9개 단지가 대구 부산 울산 등 지방이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지난 3일 분양한 ‘힐스테이 황금동’의 경우 197가구 모집(특별 공급 제외)에 12만2,56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622.1대1을 나타내며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낸 2006년부터 따지면 판교 신도시 ‘풍성신미주 아파트’(682대1)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이 뿐 아니다. 지방 5대 광역시 올해 청약경쟁률은 평균 50.3대1을 기록, 서울(9.9대1)과 수도권(4.7대1)과 비교가 되지 않는 성적이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지방도 전세 매물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대구와 광주는 11일 기준(부동산114 조사)으로 전세가율이 각각 75.7%, 77.7%에 달할 정도다. 이는 전국 평균(71.2%)은 물론 전국 5대 광역시 평균(72.8%)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이런 열기는 최근 몇 년간 수도권에 비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데다, 2008년부터 시작된 혁신도시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유입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와 함께 옮겨온 공무원들은 전체 9만명 중 3만2,000여명 수준이라, 아직도 이전을 앞둔 수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올 연말까지 지방에 공급될 6만6,186가구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광주전남혁신도시 B1·B6블록에 부영이 각각 1,478가구, 1,558가구를 공급하고, 대방건설도 B-16, C-3블록에 ‘대방노블랜드 1차’를 다음달에 내놓는다. 이 단지는 전용84∼116㎡형 765가구 규모다. 이미 인근인 광주 남구(79.6%)와 서구(77.7%)가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라 이 일대 물량은 귀한 대접을 받을 전망이다.

상반기 청약 경쟁률 상위권을 차지한 영남권에는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가 총 2만여가구의 물량을 공급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감정원 신용보증기금 등 11개 기관이 이전하는 대구지역에는 중구 대신동에 ‘대구 대신 e편한세상’이 11월 찾아간다. 총 467가구 규모로 이중 328가구가 일반분양 몫이다. 12월에는 화성산업 ‘남산역 화성파크드림’(총 415가구), 효성 ‘범어동 효성 해링턴플레이스’(총 179가구)도 공급 예정이다.

부산에는 해운대구 반어동에 GS건설 ‘수영강 자이’(총 564가구)가 10월 공급되며 수영구 ‘망미 SK뷰’(총 1245가구),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엘시티 더샵’(총 822가구) 등도 선보인다. 이외에도 창원지역에는 의창구 대원동 일대를 재개발한 ‘창원 대원2구역 꿈에그린’(가칭ㆍ1,530가구)이, 마산 합포구 교방동 일대에 ‘창원 마산 쌍용예가’(가칭ㆍ1,538가구)가 연말까지 공급된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원은 “비수도권에는 계획적인 신도시 개발이 없던 터라 혁신도시 분양 물량이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수도권과 달리 민간택지의 경우 전매제한이 없고, 청약 재당첨 제한이 짧아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더해지면서 주변 매매가 상승까지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남권은 한국은행 한 금융통화위원이 “주택가격이 경제여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증가세에 있다”고 지난달 의사록을 통해 밝힐 정도로 과열경보가 일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지방 매매가격이 지난 15년간 주택가격 추세선을 넘어서며 높게 형성됐다”며 “현재는 공급물량에 조정되는 정도지만, 내년 말 또는 2017년 정도에 조정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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