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월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2015-09-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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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다. 일년은 시작은 설날이다. 사랑의 시작은 관심이다. 계절의 시작은 봄이다. 발명의 시작은 의문이다. 여행의 시작은 지도 읽기이다. 미움의 시작은 욕심이다. 배움의 시작은 독서이다. 부자의 시작은 절약이다. 학교의 시작은 9월이다. 미국의 9월은 마치 또하나의 새해를 맞이하듯 새 출발을 한다.

시작의 뜻은 무엇인가? 사전적인 뜻은 처음으로 함, 무엇인가 하기를 비롯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계되는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가 있다. 즉 무슨 일이나 시작을 잘 하면, 그 뒷일은 어려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시작이 일의 기초가 되며, 앞으로 하는 일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한다.


9월이 되면 각급 학교가 시작된다. 자녀들은 처음으로 학교에 가기도 하고, 한 학년씩 진급하거나, 다른 상급학교로 가기도 한다. 이때 학부모의 태도나 한 마디가 자녀들의 새로운 학습에 큰 영향을 준다. ‘그 애하고 한 반이 되어서…’ ‘그 분이 가르치게 되었으니…’ ‘학과가 늘어서 공부하기 힘들겠다.’ ‘그 반이 아니였으면 좋았을 걸.’ 등의 부정적인 말은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첫째 학교는 즐거운 곳이다. 특히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확신을 주어야 한다. ①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 ②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곳 ③친절히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는 뚜렷한 믿음을 가지게 할 일이다. 한 학년씩 진급하는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공부가 재미있을거라고 흥미를 가지게 하는 도움이 필요하고, 새로 만나는 친구와 교사에 대한 기대를 가지도록 한다.

또 이런 말들은 어떤 영향을 줄까? ‘담임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차근차근 잘 가르치시겠더라.’ ‘너희 교실이 밝아서 좋더라.’ ‘너희반 학생들은 네 좋은 친구가 되겠더라.’ ‘이번에 새로 배우는 과학은 재미있겠다.’ ‘학교를 새로 고쳐서 더 좋아졌더라.’ ‘좋은 친구가 생기면 엄마 아빠한테 소개해줘.’ ‘점심 메뉴가 더 좋아져서 다행이다.’ 아마 자녀들은 학교를 좀 더 사랑하지 않을까?

학교생활을 하는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는 9월의 좋고 나쁜 시작에 따르는 결과를 학년말에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자녀가 학창생활을 끝마칠 때는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학교공부는 각 가정의 뒷받침이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자녀의 마음, 몸, 학식, 태도 등 종합적인 성장이 바람직하다면, 계속적으로 좋은 시작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길만이 부모가 기대하는 자녀교육 방법이다.

이솝이야기의 ‘토끼와 거북’은 토끼가 출발 후 빠른 속력을 보였지만, 도중에 잠을 자서 거북에게 지고 말았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 , 자기는 토끼처럼 빠르고, 거북이처럼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느낌을 말한다.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그 일이 말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9월의 시작도 잘 하고, 그 이후를 노력으로 이어가려면, 가족의 따뜻한 격려가 꾸준히 따라야 가능하다.

부모 교육에 무게를 주는 말 중에 ‘본보기’가 있다. TV의 오락프로를 보면서 자녀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건성하는 말이다. 생각없이 돈을 쓰는 부모가 말하는 절약은 효과가 없다.


친구가 거의 없는 부모가 친구가 많은 자녀를 두기 힘들다. 막말을 하는 부모가 예절바른 말을 하라고 타이를 수 없다. 그래서 부모되기 보다 부모답기가 힘들다는 말이 실감난다.

‘시작’이란 말은 앞날에 대한 희망을 준다. 새 힘을 솟게 하는 스타트 라인에 선 느낌이다. 9월은 온가족이 새 출발을 하는 즐거움을 준다. 인류의 지혜는 끝없이 흐르는 세월을 알맞게 구분하여서 즐길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있다.

새로운 출발점에 늘어선 가족의 말이 들린다. ‘우리 힘껏 뛰자. 새로운 길도 찾아보자. 누군가 힘들 때는 우리 서로의 힘으로 일으켜 세우자. 어디까지 갈까? 끝없이 가보자. 멀리,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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