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농장 방문기

2015-09-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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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영국작가 조지 오웰은 1945년 <동물농장>을 발표했다. 소설이다. 동물들이 주인인 사람을 내어 쫓고 자기들이 농장 주인이 되어 이름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경영한다는 내용이다. 동물들이 무슨 농장을 운영하랴. 우화적 소설로 사회를 비판하는데 동물들을 등장시킨 거다. 특히, 당시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비판했다는 평이다.

오랜만에 아니, 미국 들어와서 처음으로 늘 들어만 왔던 미국 농장을 방문하게 됐다. 동물농장이 아니다. 우연이라 할까. 이런 기회가 올 줄은 몰랐었다. 폴란드 이민자가 60년 전에 뉴욕 북부 고센땅에다 농장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아들과 친척들이 운영한다. 면적이 자그마치 1,100에이커다. 여기에 500에이커는 오니온만 기른다.


농장주인인 폴리시 2세와 약속된 시간에 우리 일행은 농장의 한 복판, 그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만났다. 이곳에는 그와 그의 부모, 장인, 장모, 그리고 친척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그리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 농장 지역에 함께 살고 있으며 이 지역은 구역 자체가 일반인은 들어 올 수 없게 제한된 곳도 있었다.

농장과 실제로 재배되고 있는 작물들을 구경하는 데만 자동차로 1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전부를 본 게 아니고 부분만 본 것이란다. 그러니 농장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끝에서 끝까지는 보이지가 않는다. 그저 지평선만 보인다. 작물은 오니온농장의 오니온을 비롯해 600 에이커의 땅에서는 그 외 100여 가지가 생산되고 있다.

오니온(양파)은 지금도 계속 추수단계에 있다. 전부가 트렉터로 추수된다. 추수된 오니온은 트럭에 실려 공장으로 옮겨져 그물망에 넣어질 때까지 모두가 기계들이 한다. 사람은 기계만 작동하면 된다. 모두가 다 자동시스템으로 가동된다. 여기서 추수된 작물들은 대 규모로 홀 세일러(도매상)에게 넘겨져 소매상에게 판매된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옥수수와 감자를 많이 먹고 자랐다. 유달리 미국에 와서도 옥수수를 좋아한다. 그런데 강원도 옥수수는 찰옥수수가 많아 먹을 때 끈적끈적하게 손에 달라붙지만 맛이 아주 고소하다. 미국 옥수수는 찰옥수수는 아니지만 단 맛이 퍼져있어 설탕을 바른 것 같이 달디 단 옥수수를 먹는다. 옥수수마다 제 맛이 있다.

농장주인은 우리들에게 직접 옥수수를 따게 했다. 주인이 준비해 준 보자기에 너도 나도 잘 익은 옥수수들을 따서 담는다. 너무 상쾌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단 호박 밭에서는 어린아이 머리만한 호박들을 따서 준다. 고추 밭에서는 여러 종류가 재배되고 있다. 그 중 듣지도 보지도 못한 퍼플 고추가 있음을 본다. 모두가 환호한다.

농장을 견학한 한인 방문객을 극진히 대접해 주는 폴란드 2세의 농장 주인이다. 다섯 명에게 안겨 준 토마토와 케일, 고추, 호박, 당근, 옥수수 등이 바구니 가득가득 들어 있다. 금방 농장에서 딴 것들이라 너무나 싱싱하다. 이렇게 농장에서 직접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따 보기도 처음 있는 일이다. 땅 크기만큼이나 후한 인심이다.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도 동부로 유입되는 농산물들은 많다. 서부와 동부를 잇는 농산물운반 트레일러들이 줄을 이어 들어오고 있음이 그걸 증명한다. 하지만 뉴욕 주 자체에서도 이렇게 큰 농장들이 있어 뉴욕뿐만 아니라 뉴저지, 코네티컷, 필라델피아 등에 싱싱한 농산물이 공급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해 본 것은 처음이다.

동물농장이 아닌, 사람이 만든 농장들. 미국의 땅은 거대하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전 세계로 수출되며 지구촌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뉴욕 고센에서 만난 폴리시2세의 얼굴에선 미국에 와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민 2세의 넉넉함을 읽을 수 있었다. 농장에서 가져온 옥수수를 쪄서 식구와 같이 먹는 맛이 감미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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