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권 아시안 비난 발언에 아시안 커뮤니티 일제히 반격

2015-09-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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젭 부시 공화당 대선후보는 잦은 말실수로 가십에 오르던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난형난제로 이번에도 아시안을 비하하는 말실수를 해서 스스로 지지율을 크게 하락시키고 있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아시안을 타겟으로 ‘앵커 베이비 anchor baby’ 원정 출산을 비난하는 발언을 해서 전 지역 아시안 커뮤니티가 일제히 그를 향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젭 부시 후보는 지난 24일 텍사스주 멕시코 국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경을 넘어 미국에서 태어나는 이른바 ‘앵커 베이비’ 아기들에게 국적을 주는 출생지국적제도를 아시안들이 조직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뉴욕지역 한인단체들과 주요 정치인들도 28일 플러싱타운 홀에 모여서 일제히 젭 부시 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론 김 의원은 “젭 부시의 발언은 미국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아시안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아시안 모두를 이방인으로 매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부시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스타비스키 의원은 “젭 부시의 발언은 공화당의 신규이민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나타내며, 이러한 점이 포괄적 이민개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라며 우려했다.

이날 단체장들은 발표한 사과촉구 성명서를 젭 부시 선거운동본부에 발송할 것이며,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낙선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이날 참석한 지역정치인들은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다.

2016년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로 선두를 달리는 도날드 트럼프 후보와 많은 격차를 두며 두 번째로 추적하고 있는 젭 부시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서류미비자 전원추방, 앵커 베이비 자동시민권 부여 법안 폐지 등을 주장하는 등 이민제도개선에 대하여 극단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오히려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의식하고 보수적 지지층을 겨냥하여 반(反)이민 발언을 했다가 오히려 실점을 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보수 백인층의 표밭을 의식했으나, 젭 부시 후보 자신의 부인이 히스패닉 이민자 출신이어서, 공격대상을 아시안만으로 삼았다가 자충수에 빠지고만 것이다. 공화당의 극단적 입장에 대해서 진보언론 뉴욕타임스는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인종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비인도적이고 너무 잔인한 정책이다”라고 비난했고, 보수언론 월스트릿지도 “공화당을 추방정당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보수 백인층 지지를 의식하고 대부분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따르고 있으나, 2012년 대선 결과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오히려 70% 이상 지지율은 보인 히스패닉과 아시안 이민 표였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각종 선거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그동안의 선거학습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뉴 밀리엄을 맞으며 뉴욕타임스지는 한 세기를 전망하는 다양한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수치에 의한 예상에 따르면 미국 인구비율이 유색인종이 50%에 다다르는 시기를 2050년으로 보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유색인종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은 그 후에 수십 년이 지나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왜냐하면 백인들이 계속 유색인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토를 달았다.

그러나 그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2008년 대선에서 흑인대통령 오바마가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민주주의 근간인 각종 선거에서 소수의 아시안들은 주류 정치인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 (casting vote)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헌<목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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