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비밀

2015-09-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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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종 (뉴욕시립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올해 2월26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것은 모든 인터넷서비스 회사(Internet Service Provider: ISP)들이 사용자들의 정보를 처리할 때 차별없이 공평하게 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이 결정은 오늘 인터넷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터넷상에서 동등한 민주 시민이 되는 것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획기적이다.

예를 들어 이 결정은, 우리 아이들이 만든 블로그가 돈을 많이 내는 큰 회사의 광고와 인터넷상에서 동등하게 처리됨을 의미한다. 이런 결정이 있기까지 400만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백악관에 청원서를 내고, 운동을 벌여 왔으며, 여기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신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이런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버라이전같은 힘있는 회사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로서는 돈이 되는 사용자와 그렇지 못한 사용자를 차별화하여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요즘, 또 인터넷을 잘 이용하여 성공하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의 차이가 소위 Digital Divide라는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동의 할 수 없다.

이러한 인터넷 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패킷통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전화, 비디오, 이미지 등을 디지털화 하여서 1과 0의 조합으로 만들고, 그것들을 적당한 크기의 패킷(packet)으로 만들어 이를 인터넷을 통해 통신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쓰던 방식은 서킷(circuit)통신이라고 하는데, 송신자와 수신자간에 필요한 통신선로를 일정한 시간동안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여기에 비해 패킷통신은 이를 여러 사용자가 나누어 쓰는 방식이다. 여럿이 나누어 쓰게 되니, 가격이 싸게 되고, 가격이 싸게 되니, 이야말로 인터넷 평등주의의 근간이라 하겠다.

도덕경에 “내가 그것을 취한다는 것은 남이 그것을 취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니, 크게 기뻐할 일이 아니다”라고 하고, 성서는 가난과 복이같다고 말한다. 자원이나 용량이 한정된 것은 우리 세상의 태생적 한계라치고, 그것을 나누어 쓰자는 원리이니, 패킷, 노자,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가난함이 부함이 된다 하겠다. 요즘 중국본토에서 쓰는 한자는 약자를 많이 써서 본래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누구나 쉽게 익혀 쓰게 하고자 함이니 탓할 일만은 아니다.

하이티로 선교구제 여행을 일주일간 다녀온 친구가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받아왔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아, 아무리 가난한 자도 줄수 없을정도로 가난한 자가 없고, 아무리 부한 자도 받지못할만큼 부한 자가 없다던 요한바오로 2세가 그립다. 96세 어머니가 오늘 아침 굳이 우겨주신 점심값이 수(繡)의 비밀처럼 차마 열지 못한 내 작은 주머니 속에서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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