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화 ‘암살’- 역사적 비밀과 실제

2015-08-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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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목사/ 칼럼니스트)

광복 70주년 즈음에 모처럼 개봉된 영화 `암살’을 보고 영화의 전반적 제작뿐만 아니라 영화의 소재인 일제강점기 역사 연구가 많이 진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근년에 들어서 국가기밀 문서들에 대한 비밀 해제되면서 역사학자들이 추적 연구 해오던 일제시대 등 그 동안 밝혀지지 않은 근대사의 사건들 내막이 대부분 밝혀지고 있다.

국제협약에 의하면 모든 나라의 국가일급비밀에 속하던 정치적 문서들과 자료들을 50년이 경과 된 시점에서 비밀을 해제하고, 역사학자들과 일반에게 공개되어 열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5년 이전 정치적 자료들은 어느 나라에서 던지 당시 사건의 진상을 생생하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암살’에는 김구 선생님과 일반에게 생소한 역사적으로 실존한 두 인물 김원봉과 염석진이 등장한다. 이 인물들 역시 비밀이 해제되면서 가려져 있다던 행적과 사상이 베일을 벗고, 자료들이 모자이크로 재구성 돼서 다시 드러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평가는 연구 방법과 시각에 따라서 계속 재평가 될 수 있다. 일본 경찰이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김구 주석보다 더 많은 현상금을 걸고 수배했던 자료로 보아 그의 활약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영화에 삼중 스파이로 나오는 염석진(이정재 분)은 염동진이라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는데, 그의 친족과 구성을 위하여 가명으로 픽션화 되었다. 그는 독립군의 고위 간부로서 일본에 포섭된 후에 배신자로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다가 해방 직후 반역자로 총살당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나고 있지만 사실 그는 해방 후에도 살아남아서 해방정국의 남북한 암살테러의 가장 큰 배후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1902년 생으로 낙양군관학교를 졸업하고 국민당첩보대 ‘남의사’ 요원으로 정보 활동 하다가 일본군(혹은 중공군)에 체포되어 실명상태에 이른다. 그는 해방 후 평양에서 활동하다가 김일성 등 좌파요인 암살을 시도했고, 고관 현준혁 등을 암살한 후 월남한다.

남한에서 그는 ‘백의사’라는 극우테러단체를 조직해서 여운형, 송진우 등 정계 요인 암살을 지휘한 ‘맹인장군’으로 베일에 가려 있다가 근년에 국가기밀문서가 해제 되면서 그의 실체가 나타나서 영화 속에 일부가 재현 된 것이다. 그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의 직속상관으로 김구, 이승만, 미군정보부와 관계를 갖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역사에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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