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국어를 배운다는 건

2015-08-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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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하(취재부 기자)

한국의 국력이 발전하고 한류열풍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뉴저지 노던밸리 리지널 학군의 데마레스트 고등학교와 올드태판 고등학교가 올 가을부터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기로 하고 팰리세이즈팍 고등학교 이어 찰스 린드버그 초등학교에서도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본보 8월18일자 A1면>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이번 노던밸리 리지널 학군의 한국어반 운영은 한국정부의 지원금과 한인들의 후원금으로 한국어반이 개설된 다른 학군과 달리 자체 학군예산으로 진행되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미국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클래스에 한국 아이들이 많을 텐데 다인종 속에서 공부해야 다문화를 배운다’, ‘집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등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인 2세가 한국어를 읽고 쓴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들이 미국땅에서 성장하면서 미국인과 다른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할 수도 있다. 소수계 이민자로서 많은 문제도 겪을 것이다. 이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나올 수 있다. 정체성이 확고하면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된다.
실제 공립학교 한국어반에 등록한 학생들은 주말 한국학교만 다녔던 학생들보다는 더욱 완벽한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또 이중 언어가 인지력이 일반 학생보다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기도 하다. 따라서 더 많은 이중 언어 프로그램 졸업자들을 배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한인사회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내달 4일부터 주말 한국학교들이 일제히 가을학기 개강을 한다. 한국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등록 학생수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었다고 한다. 아직도 많은 한인부모들이 한국어는 집에서 가르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주말 과외활동에 바쁘다는 이유로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자녀가 미국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기위해 부모가 지금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민 1세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이젠 한인 2세들에게는 소수계의 장점을 주류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국어를 가장 중요한 외국어로 인식해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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