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구입에 비상자금까지 털털…‘하우스 푸어’ 신세

2015-08-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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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세·관리비·이사비용 모두 현금 지출

▶ 전문가들 3~6개월치 비상자금 적립 해야

[다운페이먼트외 각종 비용]

주택구입 필수과정 중 하나가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있어야 주택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돼지 저금통에 한푼 두푼 저금하듯 조금씩 자금을 모으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운페이먼트 자금마련이 힘든 만큼 마련된 자금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택구입에만 급급해 모은 돈을 모두 다운페이먼트로 써 버리면 정작 비상자금이 필요할 때 곤경에 처하기 쉽다. 다운페이먼트와는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각종 비용을 알아본다.


■ 비상자금


임대료 걱정 없이 가족이 모여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경우에서든 비상자금까지 손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택구입에 대한 열망에 비상자금을 털어 다운페이먼트 납부에 사용하면 힘겹게 장만한 주택을 다시 처분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택구입을 위해 비상자금을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재정 설계가들은 한결같은 조언이다. 어렵게 장만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보유하려면 비상자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비상자금을 항상 따로 준비해야 하는 목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주택구입에 사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가족 중 주 소득원이 갑자기 실직하거나 발병해 가구소득이 줄게 되면 당장 모기지 페이먼트 지급부터가 걱정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비상사태를 위해 전문가들은 적어도 3~6개월 치에 해당하는 비상자금을 항상 적립해야 한다고 한다.

주택 가격대를 조금 낮춰 다운페이먼트 중 일부를 비상자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이 오히려 주택구입 후에 유리하다.


■ 클로징 비용


주택구입에 필요한 비용이 다운페이먼트 자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기지 대출 수수료 등 각종 클로징 비용과은 물론 예상치 못한 비용이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어느 정도 준비되어야 주택구입 완료가 순조롭다.

주택구입 관련비용 중 비중이 큰 클로징 비용은 적게는 주택구입 금액의 약 2~3%에서 높은 경우 6%까지 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운페이먼트에 모든 현금을 다 썼다가는 클로징 비용이 모자라 내 집 마련은커녕 다시 자금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주택구입 뒤에도 각종 비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항상 자금이 넉넉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재산세, 관리비, 수리비, 리모델링비, 심지어 이사비용까지 모두 현금 지출항목이다. 다운페이먼트로 현금을 몽땅 지출하면 주택구입 뒤 가계부 사정은 불 보듯 뻔하다.


■ 가구 구입비

텅텅 빈 집에서 살려고 힘들게 돈 모아 집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운페이먼트로 보유한 현금을 모두 지출하면 빈 집 주인이 될 확률도 높다. 새 집으로 이사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새 집에 맞는 가구 장만이다.

적어도 누워 잘 수 있는 침대와 식탁, 소파 등 기본적인 가구를 갖춰져야 하는데 다운페이먼트 지출 전 예상되는 가구 구입비를 남겨둬야겠다.

특히 아파트 등 작은 집에서 임대를 하던 세입자가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경우 생각보다 가구 지출비용이 많아지기 때문에 다운페이먼트를 적절히 배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휴가, 자녀 학자금, 은퇴준비

무리한 다운페이먼트 지출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쉽다.

주택 구입 직후 여유자금이 부족해 한동안 여행은커녕 외식까지 자제해야 하면 삶이 고달프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젊을 때부터 은퇴준비를 하는 추세다.

집을 장만하느라 은퇴자금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어느 대학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챙겨줘야 하는데 다운페이먼트 지출에 자녀의 소중한 미래를 희생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여가 생활비

집은 있는데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컬어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고 한다.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너무 무리한 가격대의 주택을 덜컥 구입한 결과다.

또 과도한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경우도 하우스 푸어 신세로 전락하기 쉽다.

하우스 푸어는 흔히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최대한 낮추고 대출한도가 높은 구입자들의 경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높은 구입자들에게도 얼마든지 해당된다. 당당히 20%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했더라도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꼈다면 주택구입 뒤에도 가계부 사정이 쉽지 않아 하우스 푸어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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