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꿈과 샌더스 돌풍

2015-07-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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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민 오고 싶어하는 나라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누구나 맨손으로 와서도 열심히만 하면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무한히 열려 있는 나라이다.

처음부터 미국을 움직이고 오늘의 미국을 강대국으로 실현시킨 동력도 바로 ‘꿈’이었다. 신세계를 발견한 탐험가들의 꿈, 서부를 개발한 개척자들의 꿈, 산업혁명을 이루어낸 기업가들의 꿈, 희망의 땅을 찾아온 이민자들의 꿈 등이 미국의 상징이다. 이처럼 미국은 꿈에 의해 발전해왔고 꿈을 통해 지속 성장 발전해가고 있는 나라이다.


1929년 길고도 암울했던 경제 대공항, 1970년대 치솟은 실업률과 석유파동 등은 미국인들에게 커다란 절망이었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과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새로운 꿈의 실현으로 미국은 또다시 일어나 성장과 번영의 나라로 탈바꿈 하였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언제나 대통령선거 때 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희망한다. 위대한 비전이나 어떤 사상보다는 용기를 줄 수 있고 강한 생존 본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오합지졸의 군대를 이끌고 막강한 영국군대를 물리친 조지 워싱턴, 남북전쟁에서 승리의 확신을 심어준 에이브러햄 링컨, 대공황을 이겨내도록 믿음을 준 프랭클린 루즈벨트,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위대한 비전을 불어넣어준 로널드 레이건과 같은 지도자다. 특히 위기일수록 꿈을 향한 미국민들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진다.

미국은 지금 소득불평등의 심화로 많은 사람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졸업은 했으나 취직은 커녕, 무거운 학자금 채무에 짖눌려 연애와 결혼도 못하고, 인간관계, 내집 마련조차 포기(5포 세대)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시기에 미국의 유권자들이 바라는 건 바로 이를 꿈 같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지도자 탄생이 아닐까.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버몬트 출신 무소속 상원의원)가 최근 이들의 바람을 겨냥해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73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그의 메시지가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독점, 유세때마다 수만 명의 청중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일관된 주장은 ‘경제성장 일변도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나누어야 한다’이다. 부유층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 서민을 도와야 한다는 것.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특히 졸업후 고민하는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부시대통령 동생 잭 부시(플로리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뉴저지 주지사), 스캇 워커(위스콘신 주지사) 등 공화당 유력 잠룡들도 아직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밖에 있는 상태에서 떠오르고 있는 샌더스. 그의 출현은 가장 유력했던 민주당 주자 힐러리 클린턴 캠프 진영에서까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정도이다.

한때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아래 미국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1%에 대해 일어선 99% 서민들의 항의 시위가 구심점이 없어 그동안 유야무야 된 상태였다. 이런 시점에서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로 시들어가는 미국경제를 살리고 젊은이들을 절망에서 구제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선 샌더스. 그의 횃불이 과연 암담한 미국의 현실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누가 꿈을 좇는 미국의 유권자들, 특히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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