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 번 생각하고 말하기!’

2015-07-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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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카톡으로 아침을 열어주는 지인들이 있다. 좋은 이야기를 보내준다. 감동의 영상도 담겨온다. 정성이 짙게 묻어있다. 성의를 다해 읽는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본다. 거의 답장을 한다. 고마움에 대한 표현이다. 간혹 칼럼의 소재로도 활용한다. 오늘이 그런 경우다.

오늘 아침 ‘삼사일언(三思一言)’의 제목으로 보내온 이야기. 내용은 ‘5-3=2, 2+2=4’로 시작된다. 어떤 오해(5)라도 세 번(3)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그런 이해(2)와 이해(2)가 모일 때 사랑이 된다. 이는 ‘삼사일언‘하고 비슷한 의미다. 말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한다(잠 18;13)는 성경구절로 마무리를 했다.


삼사일언의 이야기.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며칠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 때문이었다. 술자리엔 처음 보는 이들도 몇 명 끼어있었다. 낯설진 않았다. 편안하고 괜찮았다. 오고가는 이야기는 진솔한 편이었다. 이민생활의 경험담. 살아 온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때까진 좋았다. 근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남을 헐뜯는 얘기가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화자는 생판 처음 본 사람. 칭찬도 아닌 남의 험담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육두문자도 섞는다. 혼자만 신나서 흉을 본다. 몹쓸 사람을 만들면서 떠벌인다. 무책임한 말도 막 내뱉는다. 주위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설(?) 냄새까지 풍긴다. 그만하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주둥이 짓 그만하라’는 핀잔을 듣고서야 멈췄다. 막말로 분위기가 깨졌고, 술판도 이내 파장했다. 개운치 않은 찝찝함으로 귀가했다. 그런 터에 카톡에 올라온 삼사일언 이야기라 마음에 ‘훅’ 다가왔다. 가슴속으로 절절하게 파고든 것이다.

말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다른 동물들과 차별되는 인간의 능력이다.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상하게도 한다. 그래서 상처를 주는 말은 폭력이고 범죄다.

고운 말은 정신을 건강하게 한다. 험한 말이 정신을 황폐하게 하는 것과 달리. 그래서 말은 아끼고 잘 해야 한다. 신중하고 정확해야 한다. 그 바탕을 크고 깊은 생각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 말엔 책임이 따름을 가슴 깊이 꼭 새겨야할 일이다.

말 한마디로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 착하고 악한 사연이 생긴다. 칭찬할 수 있고 웃길 수도 있다. 안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잘못 내 뱉은 말로 원수를 만들 수 있음이다. 그래서 말실수는 바로 화해를 청해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말로 생기는 사연은 무궁무진하다.

부주의한 말은 싸움의 불씨가 된다. 쓰디쓴 말은 증오의 씨를 뿌린다. 잔인한 말은 삶을 파괴한다. 무례한 말은 사랑의 불을 끈다고 한다. 이와 달리 때에 맞는 말은 긴장을 풀어준다. 즐거운 말은 하루를 빛낸다. 은혜의 말은 길을 평탄케 한다. 그리고 사랑의 말은 축복을 주기 마련이다. 이처럼 말 한마디는 각양각색의 상황을 연출한다.


찬불가 향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개에 물린 사람은 반나절 만에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뱀에 물린 사람은 3일 만에 치료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람의 말(言)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이다’. 이는 무심코 상대에게 뱉은 말이 얼마나 독하고 후유증이 큰 지를 실감나게 해 주는 문구다. 어쩌면 사람의 말에 물리면 평생 치료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말의 상처를 가장 많이 주고받는 사람은 필연적 관계인 부모자식, 부부, 형제, 친구 등이다. 내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 고민하기 보다는 내가 바라는 욕심이 많이 때문이란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서로 간에 오가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말이 말을 만든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말이 많으면 허물이 많다’, ‘입을 떠난 말이 어떻게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돈을 아끼면 부자가 되고 말을 아끼면 성자가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말과 여자의 치마길이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지혜는 듣는데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 등등.

말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참으로 지극한 명언인데, 언제나 실천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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