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텔레파시

2015-07-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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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세상은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구분돼 있다. 생각의 작용과 마음의 느낌 같은 것은 보이는 세상의 것이 아니다.

나무의 뿌리가 땅에 박혀 세상 밖에서는 보이진 않지만 나무의 근간이 된다. 뿌리 없는 나무는 죽은 나무이듯이 마음과 생각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심(心)과 생각이 몸을 움직인다.


파동과 입자는 현대 물리학이 관심 갖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양자물리학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입자로 돼 있다. 입자는 눈에 보일 수도 있고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리는 파동으로 이루어져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며 커뮤니케이션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버드대 재학 중, 친구들과 함께 페이스북을 창업해 세계 최고의 갑부대열에 올라 있는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달 30일 온라인 타운 미팅을 열고 앞으로 가장 기대를 걸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유형으로 텔레파시를 꼽았다. 그러며 그는 “언젠가 기술을 이용해 내 생각 모두를 상대방에게 직접 보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 했다.

텔레파시(telepathy)란 두 사람 사이에 오감(五感)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이나 감정을 주고받는 심령능력의 하나다. 그리스 어원인 텔레는 ‘먼거리’, 파시는 ‘경험’을 뜻한다. 저커버그가 말한 새로운 유형의 텔레파시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열리면 말이 굳이 필요 없게 된다. 생각하는 즉시 친구들에게 경험으로 전달 될 수 있기에 그렇다.

텔레파시와 같은 역할 관계로 기적을 이루어내는 경험들이 존재한다. 기독교에서는 기도요 불교에서는 염불 등이다. 정통의학을 전공한 미국의 내과의사인 래리 도시(Larry Dossey)는 환자를 진료하기 전에 먼저 기도를 한다. 그리고 병실을 순회하면서도 “다 잘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며 돈다. 기도와 더불어 환자를 돌본다.

기도는 파동을 타며 전달된다. 도시는 기도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여 알리는 <치유하는 기도>란 책을 써서 기도치료와 관련된 의과대학원 과정이 3곳에서 80곳으로 늘어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기도와 관련된 과학적 증명을 담은 논문서 100편을 발견했고 그 중 반 이상이 기도가 생명체에 긍정의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

기도는 백혈구 성장률, 세균의 번식억제, 암세포의 크기 변화, 헤모글로빈의 수치변화 등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도시는 말한다. 나아가 기도의 효과는 거리에 관계없이,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특수한 방에 있더라도 변함이 없음을 증명했다. 이렇듯 기도는 텔레파시와 같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다.

사랑의 마음도 텔레파시의 영향을 받는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수만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가 됨을 함께 느낀다. 서로를 그리는 그리운 마음이 생각과 마음을 통해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도 마찬가지다. 말이나 문자에 의하지 않고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하는 이것이야 말로 텔레파시라 할 수 있다.

어떤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그를 무시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그 친구 왈, 자신을 무시하는 그 친구를 위해 잘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단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고 계속해 떠오르는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지를 않는다고 한다. 텔레파시현상이다.

자신을 손해나게 한 사람이 있다면 저주를 하기보단 복을 빌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자신이 빌은 복이 그 사람에게 가지 않으면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것도 텔레파시 현상의 하나일 것이다. 우주의 뿌리는 보이지 아니하는 파동이다. 파동 속에 흐르는 인간의 마음과 생각은 입자처럼 지워지질 않는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텔레파시가 실용화될 때 세상은 어떻게 변화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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