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꾼다

2015-07-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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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최근 한인공연전문예매처인 오쇼에 따르면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1년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예매 한국인 고객을 분석한 결과 ‘라이언 킹’이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고 한다. 고객 1만5,000여명 중 7,000여명이 라이언 킹을 택한 것.

‘라이언 킹’은 몇 번 보았으나 지난 해 3월 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한 ‘알라딘’은 여전히 매일 매진 중인데다가, 좋은 좌석에서 보자니 티켓 값이 너무 비싸 아직 못 보았다.


이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들은 줄거리를 이해하기 쉬운데다 화려한 볼거리, 서정적인 음악 등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화의 세계에 푹 젖어들어 고달프고 복잡한 세상만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좋다.

특히 알라딘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신비한 양탄자는 한번 타보고 싶다. 하늘 높이 날아 아직 못가본 신비한 나라를 가고 싶고 평소 가고 싶던 곳에 훨훨 날아가서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뮤지컬이라는 것이 신나게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메시지가 꼭 있다. 어떻게 보면 교과서적이고 교훈적이지만 가족용 뮤지컬일수록 화려한 눈요기와 허영의 껍데기만 있는 오락이 아니라 진지한 알맹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 가장 대중적인 두 작품을 살펴보면 먼저 ‘킨키부츠(Kinky boots)’가 있다. 영국의 소도시 노스햄스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했다.

내용은 영국에서 몇 대째 가업으로 정장용 구두를 만들던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 처하자 전통을 깨고 여장남자들이 신는 긴 부츠(Kinky boots)로 주력사업을 바꿔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젊은 사장 찰리가 드렉퀸 쇼걸 로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급속한 시장의 변화에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다. 요즘이야 연방이 동성결혼 합법을 인정했으니 틈새시장이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장기적 불경기로 인해 다들 비즈니스가 힘들다. 이 작품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따라야 장수 기업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창조적 비즈니스가 힘들지만 그 과정에 구성원들의 협력이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러준다.
‘킨키부츠’에서는 “생각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You change the world when you change your mind)”는 말이 남는다.

또 오는 9월 브로드웨이에서 막 내리는 ‘맘마미아(Mamma Mia)’ 는 스웨덴의 전설적인 팝그룹 ‘아바’의 히트곡들을 모은 뮤지컬이다. 14년동안 공연되다보니 뉴욕을 방문하는 손님이 오면 보여주는 단골 뮤지컬 중의 하나이다. ‘댄싱 퀸’, ‘댕큐 포 더 뮤직’, ‘아이 해브 어 드림’ 같은 노래가 젊은 시절 듣던 노래들이라 낯익고, 흘러가버린 청춘을 떠올릴 수 있다고 다들 좋아한다.


딸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 어머니 애인이었던, 아버지일 거라고 짐작되는 남자들을 초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서 딸의 결혼, 혼자인 어머니의 삶,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은 뮤지컬들이다.

그냥 화려하고 신나는 무대에 홀려서 건성으로 지나가지 말고 뭐든 하나라도 건져서 집으로 돌아가면 하룻동안 거금을 썼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좀 나태하게 살았다든가 그저 등 떠밀려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사람은 맨하탄 브로드웨이에 한번 나가보자. 하다못해 한인타운을 벗어나 뉴요커와 관광객들로 붐벼 정신없는, 7월의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서면 자신의 현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렷이 보일 것이다. 나의 생각을 바꾸면 넓은 세상을 바꾸기는 무리일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 집, 우리 동네는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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