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사 전시관 설치 가능하다

2015-07-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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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인회관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란 것을 잘 안다. 한인회에 세 들어 있는 세입자들은 시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렌트를 내고 있고 건물은 노후 되어 수리하고 교체해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사실은 수십 년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얘기다. 언제까지 같은 얘기를 반복만 할 것인가?

우리는 한인들의 이민 역사와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한인회관을 이렇게 힘든 지경으로 만든 것에 대해 누가 누구를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한인회관을 두고 골칫거리라는 짜증 섞인 자학도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이제 진정 회관을 살리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 동안 전직회장들은 회관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숱하게 많은 논의를 해 왔다. 이 분들의 노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전직회장들은 한인회장의 임기를 다 한 후에도 회관에 대한 걱정으로 노심초사하며 동포사회의 중지를 모아왔다.


회관에 한인들의 이민역사 전시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생긴 소리가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이런 의견이 있어왔다. 다만 그 시기와 절차상 문제 때문에 계속 미루어져 왔을 뿐이다. 6층 공간을 활용하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아담하지만 실속 있는 전시공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적인 문제도 전혀 없다.

우리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희망적인 연구도 있다. 이렇게 모든 상황이 긍정적인데 왜 구태의연한 상황에 묶여 안 된다고만 하는가?
한인회관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동포들은 잘 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저 건물이 문제가 많기 때문에 매각을 해 버려야 한다든지 장기리스를 해 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인들은 동포들의 집과 같은 회관을 어떻게든 살려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것이 민의다. 이것이 동포의 뜻이고 바람이다.

동포들의 간절함을 따라 회관에 작은 전시관을 만들면 한인회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고 동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후세들에게 회관을 찾을 명분과 이유를 주게 되면 언젠가 회관은 우리 앞에 어엿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우리는 그 희망을 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연환(뉴욕한인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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