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케스트라 리더십’

2015-07-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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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20세기 최고의 마에스트로(maestro)는 폰 카라얀, 주빈 메타, 레오날드 번스타인이다. 마에스트로라 할지라도 70명에서 100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오케스트라를 일컬어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 앙상블’이라고 한다. 협력과 상호소통을 통해서 최고의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조직이라는 뜻이다. 오케스트라는 자기 파트만 완벽하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한다. 전체가 하나로 묶여 일사불란하게 협력하고 하모니를 이룰 때 명품 오케스트라가 된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 연주자 엠마누엘 파후드(Emmanuel Pahud)는 세계 최고의 솔로 연주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엠마누엘 파후드가 일단 오케스트라 안에 들어오면 자신을 낮춘다.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전체의 화음을 위해 겸손하게 협력한다.

이처럼 개성이 강하고 실력이 출중한 연주자들을 하나로 묶어, 최상의 멜로디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오케스트라 리더십의 핵심이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를 모은 오케스트라 할지라도, 그들을 잘 조화하여 살려내지 못하면 훌륭한 지휘자는 아니다.

오케스트라 협력은 다른 멤버의 음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남의 음을 듣지 못하면 협력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음은 들을 수 있어도, 먼 곳의 음을 듣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휘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로 구성되어있다. 악기는 제 각각의 음역과 소리의 질감에 한계가 있다. 다른 악기끼리 서로 보완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다른 악기끼리 친밀하게 협력하고 보완 할 수 있도록 구성을 짜는 일은 지휘자의 중요한 몫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 산으로 향하는 길목인 르비딤에 이르렀을 때다. 아말렉이라는 뜻밖의 천적을 만나 큰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모세는 신속히 여호수아, 아론, 훌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세 사람은 모세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기도하며 하나가 되었다.

한 마음으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은 감동하셨다.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다. 사실 이때까지 이스라엘 성은 서로 협력하는 일에는 미숙한 종족이었다. 서로 분열하고 다투는 일에 능숙했다. 이런 백성이 아말렉의 거대한 도전 앞에서 화합하고 하나가 되었으니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기특한 일이었다.

급성 전염병 메르스로 인해 한국의 면역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지도자에게 권한다. 화합과 협력을 이끌어낼 줄도 알고, 남에게 기꺼이 협력할 줄 아는 오케스트라 리더십으로 이 국난을 타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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