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누스의 두 얼굴

2015-07-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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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목표는 일본이 동북아로 뻗어나가기 위한 정한론, 즉 이순신 장군에 의해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실패한 한반도를 다시 손에 넣는 것이다. 이를 부각시켜 일본의 근대화를 만든 요시다 쇼인의 철학을 따르는 세력이 지금까지 계속 일본을 장악하고 있다. 아베는 요시다 쇼인의 가르침을 신봉하며 일이 잘 안 풀릴 때나 새로운 정국 구상을 할 때, 혹은 새로운 국정 발표를 할 때는 언제나 요시다 쇼인이 운영했던 사설학원을 찾는 인물이다.

이런 아베에게 일본의 침략 사실이나 식민지배 인정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일일까? 그들이 저지른 종군 위안부 만행조차 그들은 계속 부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쟁에 강제 동원돼 고통당한 종군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존자는 이제 48명뿐이라고 한다. 이들은 평생 고통속에 살다 가해국인 일본으로부터 피해보상은 커녕,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21세기 들어 일본은 세계는 하나, 지구촌은 서로 공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안으로는 발톱을 감춘 채 패권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미국의 상하원과 심지어는 일본내 양심있는 지식인 등이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베정권의 앞뒤가 다른 속내는 이번에 1940년대 일본의 강제노동 산업시설에 대한 세계 문화유산 등재심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은 자국이 가혹한 환경하에서 강제로 노동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한국과 합의해 놓고도 등록이 결정되자 하루 만에 말 바꾸기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국제법상 강제징용’을 이 뜻이 희석된 일본표기로 다시 바꾸고 나선 것이다.

최근 개최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그동안 냉각상태에 있던 한일관계가 해빙돼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베는 여전히 역사문제는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애매한 주장을 하고 있다.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여성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 한인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아베는 여전히 침묵을 하고 있다. 아베는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것인가.

오래전 개최된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하시모토 총리는 한국대통령 앞에서 과거 일제 식민지배사에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 며칠 뒤 외교상의 예의였을 뿐이라고 뒤집었다. 일본총리의 이런 간교한 야누스의 얼굴은 끊임없이 되풀이돼온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잘 입증해주고 있다.

독일인들은 2차대전때 유대인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그들은 그후 피해보상을 착실히 해오면서 사죄를 거듭했다. 오늘날의 메르켈 총리도 여전히 머리숙여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베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일본이 진정 선진국으로 가길 원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함으로써 과오를 말끔히 청산하는 것이다. 그 길만이 일본이 세계속에서 떳떳하고 한국과도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

독일의 학자 발테르 호퍼는 ‘독일인의 역사의식을 수정하자’는 논문에서 독일은 지금까지 권력을 숭상해 왔고 전쟁을 영웅시했고 도덕시 해왔고 민족이념을 최고로 보아왔다며 이를 시정하자면 역사의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아베가 해야 할 바는 바로 이 발테르 호퍼가 한말에 귀를 기울여 자신도 그대로 실천하는 일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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