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성애자들의 결혼

2015-06-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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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이 세상에 자발적으로, 능동적으로 태어난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처음에 태어났었을 때는 자기가 누구라는 것은 전연 모르고 있다. 태어난 후, 자라면서, 서서히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인간이 태어날 때 선택권을 갖고 태어난다면, 돈이 많고 좋은 성격을 가진 부모 집에서, 건강한 몸과 총명한 머리를 갖고 태어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전혀 없이 태어나고 있다. 물론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을 할 것이고, 불교에서는 전생에 쌓아놓은 업의 과보로서 태어난다고들 말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태어난 후 어느 누가 동성애자가 되고 싶어서, 일부러 선택해서, 동성애자가 되었겠는가? 동성애는 후천적으로 선택해서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는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자로서 태어나는 것이다.


치료를 해서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어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동성애자 자체가 정상인데, 정상인 동성애자를 어떻게 이성애자로 바꿀 수가 있단 말인가. 없다. 그래서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1973년도에, 동성애자는 더 이상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선포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우주와 모든 생명체를 다 창조하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님이 태초에 남자 아담하고 여자 이브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동성애자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동성애자도 하나님의 뜻에 의해 만들어졌음에는 틀림이 없다.

만약 하나님이 동성애자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하나님 이외 다른 인간 창조자가 따로 있단 말인가? 따로 없다. 인간 창조자는 단 하나님밖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결국에 가서는 동성애자도 하나님이 직접 만들었거나 혹은 직접 만들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래도 하나님한테 책임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우리 이성애자들도 하나님이 만든 동성애자를 받아들이고 동성애자의 인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대법원(2015/6)에서 동성애자의 결혼은 합헌이라고 했다. 지구의 땅덩어리는 한정되어 있다. 예수가 태어난 해, 서기 1년에 세계 인구는 2억 명이었다. 인간수명은 29세였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이 게이(동성애자)를 내려다보실 때 사랑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하시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언제나 사랑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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