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회장 취임식장 폭행사건을 보며

2015-06-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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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자유기고가)

한때 한국과 일본에서 레슬링 선수로 명성을 떨쳤던 김 일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반일 감정이 한껏 고조되어 있었던 시절이었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덩치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상대방 일본 선수를 헤딩 한 방으로 넉다운 시키던 모습은 일본인 관중들은 말 할 것도 없고 한국 국민들도 열광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UFC는 미국의 이종 격투기를 일컫는 준말이다. 발로 차고 허리를 꺾는가 하면 목을 누르고 주먹으로 가격을 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경기이다. 직접 관람할 기회는 없었지만 영상으로 보는 관중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인간의 교활하고 악랄한 성정을 보는 것 같아 소름까지 돋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시합이다.


한 쪽 선수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거나 목이 졸려 버둥거리는 장면을 열광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여성들의 얼굴도 클로즈업 되곤 하는데 정말 이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작금 전직 한인회장을 지낸 사람이 지난 뉴욕한인회장 취임식 장소에 참석했던 70대 여성에게 무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만 5일 만에 풀려났다는 기사를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에 게재된 당사자의 사진을 보면서 느낀 바지만 어쩌면 이토록 폭력을 가했다는 기사가 날 정도로 처신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누군가에 의해 모함의 소치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단순 모함에 의해 5일간씩이나 구금되어 구치소 생활을 겪어야 했다면 이 또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찌됐든 어떤 형태의 폭력도 어느 모임이나 행사에서든 벌어져서는 안 된다. 사건의 주인공인 전직회장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하니 그 전말이 드러날 것이다.

2015년도 어느덧 반년이 지나고 있다. 지난 6개월여 기간 동안 소위 뉴욕한인회장을 역임했다는 지도자급 인사들의 행보와 자기가 ‘진짜 한인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두 명의 한인회장의 움직임을 보면 한인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관련자들은 모두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뉴욕의 한인사회를 흙탕물로 만든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되짚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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