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낭자들이여 파이팅!

2015-06-20 (토)
크게 작게
김명욱<객원논설위원>

어릴 적 시골에서 지푸라기를 돌돌 말아 공을 만들어 큰 돌멩이를 골대를 삼아 축구를 한 기억이 새롭다. 축구라기보다는 그냥 돌멩이 볼 차기였다. 제대로 된 가죽공이나 고무공을 구하기 힘들어 지푸라기 속에 돌을 넣어 찼던 거다. 그래도 동네 아이들끼리 편 갈라 하던 돌멩이차기는 재미있었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축구는 발로 하는 운동이다. 머리와 가슴 등을 사용해 볼은 컨트롤 할 수 있다. 그러나 볼이 손에 닿으면 벌칙을 받는다. 페널티 구간 안에서 핸드링하면 패널티킥이 되며 선수는 경고 카드를 받게 된다. 고대 중국에서는 축구와 비슷한 축국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에피스키로스, 하르파스툼 같은 경기가 축구와 비숫 했다.


현대 축구는 1800년대 중반, 영국서 시작됐고 세계축구의 제전인 월드컵(FIFA주최) 남자게임은 1930년 개최됐다. 여자축구 월드컵은 1991년 시작돼 현재 제7회 대회가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다. 축구는 지구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경기 중의 하나로 남미와 유럽이 강세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는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 6월10일 E조 꼴찌를 달리던 한국여자축구팀(랭킹18위)이 스페인(랭킹14위)을 누르고 사상 최초로 16강에 진출했다. 전후반 90분 동안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전반에 골을 먹은 한국은 패색이 짙었다. 선수들은 공을 연결시키지 못했고 제각각이었다. 한 골을 넣은 스페인은 승리에 찬 기분이었다.
그러나 후반이 되자 한국선수들은 달라졌다. 수동적이든 전반의 경기에 비해 모든 선수가 능동적으로 변했다. 패스도 잘됐다. 팀워크가 살아났다. 드디어 후반 8분에 조소현이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한국선수들은 펄펄 날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기량을 100% 아니 200%를 보여주는 듯 했다. 가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페인에게 끌려 다니던 전반의 분위기와는 아주 딴판이 된 후반 분위기. 드디어 후반 33분 김수연이 센터링한 볼이 슈터링이 돼 골대를 가르며 스페인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고 그대로 골로 연결됐다. 환상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리도 아름답고 멋있는 골인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제부턴 수비만 잘하면 된다.

16강이 눈앞에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랴. 전후반 90분이 다 끝나고 4분이 더 주어졌다. 3분이 지나고 1분만 남았다. 1분만 잘 지키면 된다. 그런데 한국선수의 철통같은 수비가 핸드링 실수로 연결됐고 페널티박스 바로 뒤에서 스페인의 슈팅이 됐다. 이미 시간은 4분이 지났다. 이게 골로 연결되면 한국의 16강은 사라진다.

한국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의 시각이 스페인선수의 발에 모아졌다. 드디어 슈팅. 볼은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갔다. 게임 종료. 한국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린다. 스페인선수들도 눈물을 흘린다. 좌절과 분노가 한데 섞인 통한의 눈물이리라. 사상최초의 16강에 한국이 섰다.

한국은 내일 21일(일) 프랑스(랭킹3위)와 8강행을 다툰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랭킹이 낮다. 그러나 이길 수 있다. 프랑스는 16강전에서 콜럼비아(28위)에게 진적이 있다. 사실 32강부터는 순위가 불필요하다. 이길 수 있다는 신념만이 승리를 쟁취한다. 한국이 이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아버지날 선물은 없을 것 같다.

만약 한국선수들이 전반 한 골을 먹고 좌절하여 포기했다면 후반 두 골을 넣을 수 있었을까. 없다.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분투하였기에 역전의 승리를 거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역경이 닥쳐왔다고 좌절하거나 낙심할 것이 아니다. 끝까지 희망을 붙잡는 거다. 그리고 밀고 나가는 거다. 한국낭자들이여 파이팅!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