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빛 찬란한 깃발

2015-06-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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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미국에 ‘국기의 날’(The Flag Day)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6월 14일이 ‘국기의 날’이다. 미국의 성조기(星條旗)는 디자인이 조금 복잡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깃발로 이름이 나 있다.

1777년 존 아담스 대통령이 국기 제정을 선언할 때 디자인보다는 색깔에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성조기는 세 개의 색깔을 썼다. 줄무늬는 빨강과 흰 색, 별들은 푸른 바탕에 흰 별이다. 흰 색은 정결, 빨강은 용기, 파랑은 정의를 가리킨다. 이 세 개의 덕목으로 표시된 미국의 건국 정신은 모두 자유와 연결된다.


정의는 자유의 기초이며 용기는 자유 성취의 방법이다. 정결은 청교도 개척민의 생활신조로서 죄와 악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결국 성조기는 자유의 깃발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은 여러 이민들이 모여 자유라는 공동목표를 함께 이룩하고 함께 지키는 나라인 것이다.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이며 소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좋은 나라란 생각과 말과 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집회와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나라이다.

신대륙 아메리카를 개척한 유럽인은 두 줄기로 분류된다. 하나는 1607년 플리머스에 상륙한 영국 청교도들이고, 다른 한 줄기는 1620년 버지니아 비치에 들어온 스페인인들이다. 플리머스 이민자들은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신앙생활의 자유를 이민의 목적으로 하였고, 버지니아 이민자들은 주로 노예 매매를 위한 비즈니스 개척자들이었다. 이 두 개의 흐름은 지금까지도 미주 이민자들의 이민 목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대는 자유를 목적으로 한 플리머스 계 이민인가? 돈을 목적으로 한 버지니아 비치 계 이민인가?

백성이 자유의 깃발 아래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이다. 민주주의 실현이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백성이 누리는 자유의 농도가 민주주의의 농도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것이 미국 시민의 외침이었다.

미국의 애국가인 ‘별빛 찬란한 깃발’(The Star Sprangled
Banner)은 국기가 제정되고 37년이 지난 1814년에 탄생하였다. 음이 높아 따라 부르기가 조금 힘들지만 다른 나라 국가들에 비하여 매우 아름다운 시이다. 필자가 번역한 한글판을 소개한다.

“새벽빛을 뚫고 그대는 보는가/ 그토록 자랑스럽던 여명 속의 깃발/ 사나운 싸움을 헤치고 드러났던/ 넓은 줄무늬와 빛나는 별들/ 요새 위에 힘차게 나부끼었지/ 포화는 하늘을 붉게 물들였는데/ 우리의 깃발은 여전히 그 자리에/ 밤을 새워 우뚝 솟아 있었구나/ 별빛 찬란한 깃발은 지금도 나부낀다/ 저 자유의 땅에 저 굳센 고향에”

이 시는 변호사 프랜시스 키(Francis S. Key)의 작품이다. 키 씨는 영국 군함에 억류된 의사 빈즈 씨를 구출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교섭이 이루어져 그는 적군의 함정으로 가서 빈즈 씨를 인수 받게 되었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맥헨리 요새에 대한 함포 사격이 곧 시작되므로 새벽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밤새도록 적군의 함정에서 내 마을 내 친구들이 포격 당하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분노와 눈물로 지샌 긴 밤이었다. 그러나 새벽이 밝았을 때 그의 눈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여전히 요새 위에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가슴에 영감이 떠올라 주머니에 있던 봉투를 꺼내 적은 시가 ‘별빛 찬란한 깃발’이다.

미국의 국기에는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데 온 세계에 특히 약하고 작은 나라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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