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힐링과 세도나

2015-06-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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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인(놀우드/ 전직 은행지점장)

오랫동안 암과 같이 살고 있는 나는 일주일 후 CT 정기 검사를 앞두고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권해 온 세도나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혹시나 지난번 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유명하다는 붉은 바위의 기(vortex)를 받아 보고 싶어서였다. 정기검사가 다가오면 걱정과 긴장이 항상 따르게 되는데 결국은 마음을 비우고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곤 한다. 결과는 결국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인지라 두려움을 무시하진 못하고 있다. 마침 친구 동생이 세도나에 있어서 남편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Phoenix에 도착하여 마중 나온 동생 부부와 두어 시간 거리의 세도나로 가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 우리를 반기는 쌍 무지개를 접하고 무지개의 시작과 끝을 처음으로 보게 된 우리는 즐거움에 환호성을 울렸다. 무지개는 너무나 거대해 사진 속에는 아쉽게도 담지 못했다. 세도나에서 좋은 일만 기대하면서 선인장이 자라는 특수 지역을 지나고 또 사막지역을 지날 때는 옛날 서부 영화 ‘황야의 무법자’ 주제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세도나에 도착 했을 땐 주위를 둘러싼 붉은 바위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비를 품은 바위들은 그 색깔과 웅장함이 대단하였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이곳에는 우리가 머무는 동안 비가 심심찮게 내리곤 하였다. 이곳에는 건강과 힐링을 위해 온 방문객들이 많아 그들을 위해 여러 종교단체의 교회가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성지순례에 온 듯한 착각도 들곤 했다.

키모 치료로 인해 불편해진 걸음으로 동생 부부와 쉬운 곳부터 하이킹을 시작 하였고 모두들 짚차로 오르는 산등성이(chicken point)까지 쉬엄쉬엄 걸어서 올라갔다. 기가 세다는 계곡의 나무들은 줄기가 꼬이면서 자라고 길가의 작은 선인장들은 예쁜 꽃들을 피우고 , 꽃을 피우기 위해 살다가 꽃핀 후에 죽는다는 선인장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다음날은 반은 기어가며, 이끌리면서 마치도 종을 닮은 벨 락(Bell Rock)의 중간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고 그 바위 위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니 모든 근심 걱정 떠나보낸 천국이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오르기도 했지만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다.

붉은 바위의 기 때문인지 맑은 공기와 강한 햇빛 탓인지 피로감을 잘 느끼지 못한 것도 세도나가 주는 특성인 가 보다. 그야말로 힐링이 제대로 되는 기분이었다.
유명한 코트하우스(Courthouse Butte)는 서부 영화에 제일 많이 나온 장면인데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그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갑자기 말을 타고 있는 ‘존 웨인’이 그리워졌다.

근처의 폐쇄된 광산촌(Jerome)은 아름다운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고 둥근 바위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수(Prescott Lake), 또 근처에 작은 포도밭과 와이너리들도 하나 둘 생겨나 계곡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도 세도나의 재미를 보태 주었다.

동생 부부의 안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몸과 마음이 다 치유된 기분이다. 훗날 또 여건이 되면 다시 이곳 세도나를 찾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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