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네일업계가 당면한 문제점

2015-06-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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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욕 타임스에 게재된 ‘The Price of Nice Nails’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네일업계에 큰 시련이 올 것 같은 우려감이 들었다. 약 15년 전, 미전역을 누비며 네일업계에서 세일즈를 했던 경험자로서 한인이민사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문화적 충돌이 빚은 이 문제를, 미주 월남인들이 네일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보며 한인업계와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게 된다.

첫째로, 업소를 오픈하는 과정에서 한인들은 먼저 계를 조직하여 종자돈이 마련되면 독단적으로 장소를 물색하고 물건을 들여 놓고 가게를 시작한다.

그런데 월남 사람들은 어느 정도 돈이 모이고 경험과 기술을 익혀 독립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서면, 그 때 선임 주인에게 준비된 돈을 맡긴다. 그러면 주인이 나서서 장소를 물색하여 주고, 자기의 크레딧으로 물건을 준비하여 개업할 준비가 되면 키를 건네준다.


또 한인들은 광고를 통하여 종업원으로 일할 사람들을 구하지만 월남인들은 모두가 업주로서의 동등한 역할과 권리를 가지고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일할 수 있는 동업자를 구한다.

둘째는, 재료와 도구의 사용이다. 여인들의 손톱에 아크릴을 사용한 연유는 흑인들을 위한 것이었단다. 저들은 꼬여드는 머리카락과 쉽게 찢어지는 손톱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한다.

손톱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 치과에서 사용하던 아크릴을 손톱 위에 발라서 단단한 손톱을 만들어 주게 된 것이란다. 이 아크릴은 지독한 냄새로 오랜 동안 사용하면 골치가 아프게 된다. 고안된 것이 젤이다. 흑인 손님을 위해서는 아크릴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젤이 더 호감을 주게 된다.

셋째는, 주거와 인간관계의 차이점이다. 한국전이 휴전된 것과 월남전이 종전된 것은 시간적인 차이가 있다. 어쩌면 전후 1세대와 2세대의 차이라고나 할까? 한인들은 돈을 벌면 일터와는 상관없이 좋은 동네를 찾는다. 그런데 월남인들은 가게가 있는 위층의 아파트나 가까운 곳에서 여러 가정과 세대들이 함께 모여서 산다. 물론 불편하고 열악하지만 결집력과 협동이라는 문제에서는 한인들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결과적으로, 두 민족의 충돌의 결과는 협조와 화해가 아닌, 가격의 싸움으로 번지고, 또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 아름답고 섬세함의 고귀한 예술이 부끄러움과 혐오스러운 상품으로 전락하면서 말이다.

이 문제가 비단 네일 가게라는 한정된 업에만 해당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모습들을 객관적으로 돌아봄으로써 정의, 공동체 그리고 사랑이라는 문제를 멋지게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의 핏줄 속에 흐르고 있음을 믿으며, 이민사에서 더욱 자랑스러운 민족으로 변모되는 획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동인 <전직 네일업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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