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등 지상주의가 만든 삐뚤어진 교육문화

2015-06-12 (금)
크게 작게
이경하(사회부 기자)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에 동시에 입학 허가를 받아 ‘천재 수학소녀’로 언론에 보도 된 토머스제퍼슨 과학고 3학년 김 모 양의 주장이 거짓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두 대학은 김양이 공개한 합격증이 모두 위조됐다고 밝힌 상태다.

자녀들을 둔 예비 학부모들은 교육이 주요 고민거리 중의 하나인 탓에 그 어떤 뉴스보다도 천재소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명문 대학과 영어교육에 점점 열을 올리는 분위기인 만큼 학부모들이 받은 충격의 강도도 컸다.


김 양을 처음으로 보도한 언론사는 현재 사과문을 올린 상태이다. 당연히 김양의 합격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언론의 잘못도 이번 파문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 양이 거짓말을 하게 되기까지는 한국인의 유별난 교육열과 경쟁의식, 학벌주의 등 사회 구조적 문제가 더욱 크게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다시 말해 거짓말을 한 김양을 비판하기 이전에 거짓말을 하게 만든 한인들의 잘못된 교육문화에 대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학업적으로 꼭 성공해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성적이 어쩌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너도 나도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마당에 자칫 내 아이가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며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학부모들도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학부모들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심각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한인 학생들의 꿈이 아이비리그 진학이 아닐 것인데도 말이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일컫는다. 한인 사회의 지나친 경쟁의식에 따른 ‘잘못된 백년대계’가 우리 아이들을 경쟁의 최전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김양 같은 거짓말 쟁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등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우리사회의 삐뚤어진 교육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해야 할 시기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