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시 속에 피는 장미

2015-06-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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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

6월을 ‘장미의 계절’이라 했던가.

집집마다 핀 장미가 사방팔방으로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올 따라 장미꽃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질 줄은 미처 몰랐다. 피어나는 생명의 신비, 경이롭게 와 닿는 아름다움, 그래서 연인들이 주고받는 꽃이 ‘장미’ 인가 보다.

그러나 장미가 아무리 아름답다손 치더라도 여성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름다움은 여성만의 특권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은 여성은 아마 이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유독 많은 여성들이 얼굴 성형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서울의 압구정동에 가면 거리를 오가는 여성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성형을 했는지 모습이 다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광경은 외국 언론에까지 소개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것이 과연 여성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날 우리 선조들은 빨래터 우물가에서 ‘아름다운 여인상’을 발견했다. 오늘날 한국의 아름다운 여성 상당수가 성형외과에서 나온다는 말은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10여 년 전 부터 한국에서는 여성을 ‘된장녀’ ‘김치녀’에 이어 ‘개똥녀’ ‘루저녀’ ‘막말녀’ 등등 하면서 비하하는 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된장녀, 김치녀의 의미는 ‘돈밖에 모르는 여자’ 즉 속빈 강정처럼 내면은 텅텅 비어있으면서 예쁜 얼굴과 짙은 화장, 유명브랜드 가방과 옷차림 등에만 온통 신경을 쓰면서 돈 있는 남자만 찾고 있는 여자를 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한국 여성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는 느낌이다. 어딜 가나 겉이 화려한 여성은 즐비하다.

그러나 속이 아름다운 여성은 흔치 않은 것이 요즘이다. 사람의 마음은 보석과 같아서 갈고 닦지 않으면 그 빛을 발하지 못한다. 여성의 향기는 마음을 갈고 닦았을 때 은은하게 나올 수 있음이다.

유럽을 찾는 남성들은 이탈리아 여성을 보면 매우 즐거워한다고 한다. 햇볕에 그을린 갈색피부와 날씬한 몸매, 뚜렷한 이목구비, 거기에 쾌활한 성격까지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사귀고 싶은 상대는 대부분 파리의 여성들이라고 한다. 생동감 있는 파리지엔느의 내적 아름다움이 더 매력으로 와 닿기 때문이란다. “인간은 자연중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하는 갈대이다.

우리의 존엄성은 사색하도록 힘쓰라. 나는 사고 없는 사람이란 상상해 볼 수 없다. 그러한 자는 돌이거나 짐승일 테니까...”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글귀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사고하지 않으면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외모를 더 가꾸고, 어떻게 하면 돈 많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만 하고 산다면 그 종착은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현자들은 생각하되 그 생각이 올바른 생각이길 누누이 강조한 것이 아닐까. 사고는 행동의 씨앗이다.

행동은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옳거나 그르게 나타난다. 된장녀, 김치녀와 같은 소리를 듣는 것은 여성의 수치다. 그나마 이민사회 여성들은 한국에서처럼 남성들로부터 조롱받지 않아 다행이다. 얼굴과 몸매, 옷차림뿐 아니라 건전한 사고에 능동적인 사회 활동, 지적수준 및 교양 가꾸기에도 소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그만큼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적인 아름다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명은 비록 짧지만 장미가 어째서 그토록 향기가 짙고 아름다운가. 가시의 아픔을 참아낸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여주영(주필)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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