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지 없는 전쟁은 백전백패다

2015-05-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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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의지가 없는 곳엔 길이 없다. 말을 바꾸면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 열정이 없는 곳엔 길이 열리다가도 닫힌다. 마음의 결심과 하려고 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두 말할 필요 없다. 진퇴양난에도 의지만 있다면 살아날 길은 얼마든지 열린다.

세계의 골칫거리 IS(이슬람국가)가 지난 5월17일 이라크의 요충지 라마디를 점령했다. 라마디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와 110킬로미터(68마일)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다. 그런가했더니 사흘 후 20일엔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까지 IS의 수중에 들어갔다. 고대유적을 마구 깨부수는 IS가 여기선 얼마나 또 행패를 부릴까.


IS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또 이라크군대가 왜 제대로 군용도 갖추지 못한 테러리스트인 IS에게 계속 패배하는 걸까. 이유가 있다. 의지다. IS는 라마디전투에서 모래폭풍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로 이라크의 정규군을 라마디에서 몰아냈다. 반면 이라크군은 미군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라마디를 그냥 내주고 말았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말. “이라크군은 IS에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패배했다. 명백한 사실은 이라크군은 싸울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패배하기도 전에 라마디를 철수했다. 우리는 이라크군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지원할 수는 있어도 그들에게 전투 의지까지는 불어넣을 수 없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CNN과의 인터뷰다.

이대로 가다간 언제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가 IS에 함락될지 모른다. 수도가 함락되면 이라크는 IS의 수중에 모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에 의해 몰락되어지는 이라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세계가 이대로 흘러가면 가치가 상실된 무법천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IS는 지금도 세계의 청소년들을 간교한 용어로 구워삶고 있다. 어리석은 서방의 청소년들도 IS의 현혹에 넘어가 물불가리지 못하고 IS에 가담하고 있다. 한심해도 보통 한심한 일이 아니다. IS는 그들을 전쟁의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살폭탄이다. 자살폭탄의 명분은 IS가 내걸고 있는 신정국가의 탄생이다.

5월17일, 라마디가 함락되던 날 IS는 인터넷성명을 발표했다. “알라의 가호로 칼리프국가(이슬람지도가가 주도하는 신정국가) 전사들이 라마디를 깨끗하게 정화했다”고. 알라의 신을 앞세운 IS의 횡포는 이젠 도를 넘어도 한참 넘고 있다. 무진장한 석유보유고를 갖고 있는 이라크가 IS의 수중에 넘어가면 세계는 어찌 변할는지.

불을 보듯 뻔하다. 충족된 재정으로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성 훈련시킬 것이다. 그들은 알라에 의해 죽어도 천당에가 수많은 미녀들의 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종교관으로 자살폭탄테러에 이용될 것이 분명하다. 9.11과 같은 자살테러. 이런 자살테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미국도 안심 못한다.

죽음을 각오한 무지막지한 인간들에겐 무엇이 있겠는가. 죽음을 마다않고 자살폭탄으로 뛰어드는 IS의 세력에 서방국가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음이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라마디를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도망친 이라크 군인들의 모습 속에서 이라크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의지 없는 전쟁은 백전백패다.

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네 일상도 의지에 의해 자우 된다. 역경 속에서도 살아갈 의지와 희망을 갖는다면 살아갈 길은 반드시 열린다. 죽어도 좋으니 한 번 해 보자! 이런 의지로 살아간다면 무슨 일을 못해 내랴. 해 보지도 않고 미리 겁을 먹어버린다면 라마디처럼 빼앗겨 버리고 만다.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음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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