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월의 사랑

2015-05-29 (금)
크게 작게
김명순(수필가)

뉴욕주상원이 ‘5월 한인 가정의 달’ 법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5월은 어린이날, 어머니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외에도 많은 축복의 날들이 있으니 잘됐다 싶다.

그러나 왜? 한인가정의 달인가? 하는 무거움도 있다. 아벨라 의원이 “한인들이 가족을 중시하는 효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며 “뉴욕주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는 데에 부담이 크다. 머리위에 면류관(冕旒冠)을 썼으니 그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무거워지는 게 아닐까.


이민의 삶 35년, 뉴욕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려다 보니 부모님이나 스승님들께 잘해드리지 못했다. 남편에게도 좋은 아내였는지 의심스럽다. 부부와 어린이는 가정의 근간이며, 가정은 사회공동체의 기본이다. 그래야 가정과 사회도 행복해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은 했으나 잘해 왔는지 모르겠다.

1년 365일, 하루도 빼지 않고 5월처럼 살아온 사람들에게 5월, 한 달을 ‘한인 가정의 달’로 정해 놓는다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 5월은 예술의 달이어서 기념할 만하다.

어느 날 “아!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타히티로 달려갔던 고갱은 그의 제자들에게 “짙푸른 숲의 녹색을 표현하려거든 첨색되지 않은 순결한 녹색만으로 칠해라.”라고 했다. 그들은 순녹색만으로 가장 강력한 생명의 본원적 요구와 충동을 그렸던 것이다.

그러니 5월은 문명 세계에 오염되지 않은, 순결한 생명과 사랑에 대한 희구의 예술적인 달이 아닌가. 우리는 삶의 곤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예술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이다. 어떤 이는 5월의 그 사랑을 느낄 것이고, 어떤 이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것이다.

5월이 ‘한인 가정의 달’이 된다는 것은 순녹색이 품고 있는 사랑을 내안으로 흡입하는 것이리라. 좋은 가정을 이룬다 함은 그 사랑으로 내게 지워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기왕에 내가 한 인간이라면, 나는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겠노라. 그리고 나는 반드시 이성적 태도로 그 책임을 선택하겠노라.” 이 책임 속에서 신념과 쾌락을 찾을 수 있다면 실제의 삶에 꽃피워지는 진짜 예술이 되지 않을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