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립시다

2015-05-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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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환 (대뉴욕지구 한인공인회계사협 초대회장)

‘인종차별! 민족차별! 표적수사!’ 다 쓸데없는 소리이다. 속도위반 티켓을 들고 판사 앞에 서서 “내 앞 차들도 똑같이 속도위반을 하였는데 왜 나만 벌금을 내야합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라고 항변한다고 해서 벌금을 면제해 줄 판사는 없다. 고속도로에서 radar detector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인 것을 알더라도 남들처럼 눈치 보아가면서 적당히 쓰던지, 아니면 애당초 항상 속도제한을 지켜서 우선 경찰에게 걸리지 않는 것이 고속도로 운전요령이다.

미국에서도 불법, 탈세, 규정위반들이 다반사로 행해짐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 한인들만 ‘독야청청’ 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필자가 철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짧은 꽁지를 달고 사는 원숭이 집단에 새로 편입한 원숭이는 자기도 얼른 비슷하게 꽁지를 잘라야지 긴 꼬리를 그전처럼 혼자 흔들고 다니다가는 맹수에게 먼저 잡히게 되는 것은 빤한 이치이다.


이제 정신 좀 바짝 차립시다. 천방지축으로 당황만 하지 맙시다. 지금 일부 한인업체들이 당면하고 있는 제반법규 위반문제가 우리가 거의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우리들은 idiot들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한 발자국 뒷걸음질해서 생각해보면 네일업, 식당업, 주유소업 등을 경영하는 한인들뿐만 아니라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라고 가슴을 치며 통회해야 할 사람들이 또 많이 있다.

지금 뉴욕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사건들은 네일업계나 식당업에 종사하는 한인 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사람들에게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이민 집단’으로 ‘억울하게’ 한꺼번에 도맷값으로 매도된 우리 한인들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이번의 네일업종에 대한 폭로기사가 나오기 얼마 전에는 한국인들은 봉급이 하나도 없는 ‘봉사직’인 한인회장을 투표로 뽑지 않고 판사에게 뽑아달라고 비용을 쓰는 멍청한 사람들이란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유수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일도 있다. 미국사회의 웃음거리가 됨을 자초한 것이다.

혹시 필자의 글을 보면서 “제가 무슨 강단위에 선 성직자나 된다고!” 라고 역겨운 기분을 느끼실 분들도 있을 줄 안다. 그러나 당면한 우리들의 문제가 그런 눈치나 보고 침묵해야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되어 건방지게 펜을 들었다.

백인 커뮤니티에서 혼자 좋은 집에서 한인들과는 상종도 하지 않고 한인사회에는 좋은 차 탄 자로, 부자인 자로, 출세한 자로 나타나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동족 내 동포들이 네일가게, 식당, 주유소, 세탁소, 청과상, 어물상 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한 아무리 혼자 성공했어도 백인들의 눈에는 불법적이고 실패하는 집단중의 한사람으로 보임을 깨달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곤경에 빠져있는 한인사업자들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되물어보고 싶다. 규모나 성격은 다를 런지 모르지만 과연 당신은 탈법, 탈세, 법률위반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장담 할 수 있는가 라고.

혹시 정부가 소비자보호를 위해서 내어준 면허장을 빌미로 자기의 수입을 고객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 일상생활에서 실은 탈세, 탈법, 위법으로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범법하고 있으면서도 네일업을 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먼저 돌멩이를 던질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지도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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