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회의 역할과 방향

2015-05-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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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제34대 뉴욕한인회장(정상위 선출)>

뉴욕한인회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동포의 집’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이 현판을 보면 ‘아, 우리에게도 집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낯선 이국땅에서 우리가 일구며 지켜왔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뉴욕한인회는 바로 이런 곳이고 앞으로도 이런 곳이 되어야 한다.

50만 한인들의 집과 같은 곳, 우리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주류사회를 초청하여 우리가 살아 온 모습과 앞으로 살아갈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곳, 그리고 타민족사회가 한인커뮤니티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 한인들에게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 이것이 뉴욕한인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첫째, 뉴욕한인회관은 결코 수단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얄팍한 경제 논리로 한인회관의 매각, 혹은 장기 리스를 말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뉴욕한인회관은 우리 한인사회의 이민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우리의 역사가 담긴 유적지와 같은 이곳에서 우리는 더 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주류사회로의 진출을 도모하면서 맨하탄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이다. 맨하탄에 위치한 뉴욕한인회는 우리의 다음 세대의 주류사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중요한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그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세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인회관에 한인이민사 전시관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후세들에게 뿌리의식과 정체성을 심어주는 효과는 물론 한인회가 한인사회의 구심점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우리의 지나온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이곳을 두 번 다시 매각이나 장기리스를 운운하며 우리를 슬프고 한탄스럽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한인들의 이민 역사를 짓밟고 팔아먹는 행위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이렇게 한인사회가 모두 함께 지향해 나가야 할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해 나감으로 말미암아 대내적으로 한인사회의 모든 단체와 협회를 규합하고 포용하는 대의명분이 세워지고 타인종 사회와의 적극적인 외교도 활발해 진다. 따라서 주류사회와의 외교력은 신장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력도 향상될 것이다. 타민족사회와의 유대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다.

셋째, 다가올 세대교체를 준비해야한다. 경제력과 추진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현실 속에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내어야만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1세들이 남긴 것과 물려주어야 할 것들을 정리하지 못한 채 세대교체만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나 추상적이다.

우리는 이민 와 힘겨웠지만 불굴의 의지와 노력, 희생으로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것,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젊은 2세, 3세들이 뉴욕한인회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미 주류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업그레이드 된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즘 일련의 사태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많은 것을 경험한다. 어렵고 힘들다는 표현이 모자랄 만큼 정말 고통스러운 불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격려하는 목소리가 있기에, 오늘도 다음 50년 한인회를 준비하는 꿈에 설레고, 꼭 약속을 지키는 엄마가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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