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포용력’

2015-05-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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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살아있는 거대한 자연 앞에 설 때 마다 밀려오는 감동이 있다. 너그러운 포용력이다. 자연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포용력으로 지금도 지구 안의 생태계를 치열하게 살려 내고 있다.

큰 인물이 그렇다. 자연처럼 너그럽다. 넓은 포용력으로 온갖 문제의 사람을 다 품어 녹여낸다. 변화시킨다. 포용력이 큰 인물은 거친 원석을 녹여 빛나는 금으로 바꾸는 제련소와 같다. 아시시(Assisi)의 성자 프란시스의 포용력은 유명하다.


4주간의 장기 금식 중 생긴 일이다. 프란시스는 제자들과 함께 마을 전도를 나섰다. 마침 음식을 파는 시장 한 복판을 지나게 되었다. 오랜 금식으로 허기가 진 한 제자가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죽을 보더니, “나 죽어요! 나 죽어요!” 소리치면서 달려가 죽 한 그릇을 정신없이 퍼먹는 것이 아닌가.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스승이 바라보는 눈앞에서 수도회의 큰 규율을 어기다니... 너는 이제 끝장이다. 파문을 면할 수 없을 게야!” 죽을 퍼먹은 제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그 순간이다. 프란시스가 죽 파는 노점으로 달려갔다. “나도 배가 고파서 못 견디겠다!”라고 하면서 죽을 퍼먹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말했다. “애들아 너희들도 배 많이 고프지? 어서 와라. 함께 먹자. 이번 금식은 오늘로 끝이다.”

프란시스는 위대한 포용의 리더였다. 프란시스의 포용에는 사료 깊은 의도가 담겨 있다. 연약한 한 제자의 실수를 사랑으로 감싸 안고 포용하려는 의도뿐 만 아니라, 공동체의 단결과 화목을 깨트리지 않으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리더는 이래야 한다.

프란시스는 제자들에게 강론했다. “우리가 먹을 것 앞에서 영혼과 육체를 해치는 지나친 탐욕을 경계해야 하는 것처럼, 율법에 얽매인 과도한 절제는 더욱 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주님은 형식적인 제사보다 자비가 담긴 화목의 제사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지구촌 곳곳에 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식품 전문가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섭취하는 식물의 종류가 급격히 감소한 것과 암 발생률의 증가 사이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20세기 초에는 미국 사람이 통상 100가지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했다. 자연히 암은 많지 않았다. 다양한 식물에서 나오는 독성분해 화합물질이 질병 발생을 억제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 사람이 먹는 채소는 10가지 미만이다. 그 결과 독성분해 화학물질이 줄어들어 암 발생이 급증했다. 건강 때문에도 식물에 대한 다양한 포용은 중요하다.

당신은 리더인가. 어떤 자리에 있든지 우물 속의 개구리가 되지 마라. 우물 속 개구리는 아무리 죽었다 깨어나도 바다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없다. 편협의 경계를 허물고 포용할 줄 알 때, 그때부터 당신은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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