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절대 포기하지 말라!

2015-05-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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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일군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 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윤석중 작사 정순철작곡의 졸업식 노래다. 총3절인데 약간 줄였다. 여기서 ‘언니’란 자매의 뜻이 아니고 윗사람을 가리킨 말로 쓰였다. 이 노래가 기억난 건 요즘이 미국의 졸업식 시즌이기에 그렇다. 졸업. 정말 좋은 단어다. 대나무가 매듭을 짓고 다시 또 다른 매듭을 향해 자라나듯 졸업은 우리네 인생살이의 한 매듭을 지어준다.


졸업연설 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몇 있다. 그 중에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 그는 옥스퍼드대학의 초청으로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게 됐다. 시간은 약 3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처칠은 이 시간에 무슨 말로 졸업생을 축하할까 생각한다. 그리고 단에 올랐다. 그의 첫 말은 “You, never give up!”이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처칠은 다시 입을 열었다. “You, never give up!”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졸업생들은 이다음엔 더 거창한 말이 나오겠지 하고 기다렸다. 드디어 처칠의 입이 열렸다. “You, never give up!” 그리고 처칠은 단에서 내려왔다. 짤막한 처칠의 세 마디 졸업연설.

아마도 이 세상의 졸업연설 중 가장 짧은 연설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세 마디에 담긴 의미는 곱씹고 곱씹어도 될 그 어느 명언보다도 우리네 인생에 더 요긴한 뜻을 담고 있다. 졸업 후 사회에 나가면 수많은 역경이 기다리니 그 때마다 포기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생을 승리하며 살아나가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말을 역설로 풀이하면 이런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포기하지 말 것은 절대 포기하지 말되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라’ 란 뜻으로. 백해무익한 술과 담배와 도박을 비롯한 각종 중독 등등. 이런 것은 포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포기하면 자신에게 또는 가정과 사회에 이익이 되니 너무도 좋은 것이 된다.

아이티(IT)기업 ‘애플’ 창설자인 스티브 잡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와 창고에서 컴퓨터 매킨토시를 연구개발해 출품한다. 그리고 창고생활 10년 만에 수천명의 종업원을 두게 된 금세기 최고의 IT기업 창설자가 된다.

그가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축사 연설자로 초청을 받았다. 이 때 이미 그는 쵀장암 진단을 받은 후였다. 그는 연설에서 ‘점의 연결, 상실과 사랑, 죽음’등을 말하며 점이 모여 미래로 연결되니 한 점이 되는 일상과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그리고 애플을 창업하고서도 쫓겨난 상실감에 실망하지 않고 애니메이션회사를 운영 중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고 다시 애플이 자기 회사를 사서 복귀돼 최고경영자가 됐다는 전화위복을 말한다.

또 그는 죽음이 기다리는 제한된 시간 속의 존재가 인간이니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남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배고프고 어리숙하게 살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말을 남겼다. 지금은 가고 없는 스티브 잡스지만 그가 남긴 졸업연설은 지금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졸업(Commencement)은 출발이란 뜻이다. 대나무가 매듭을 짓고 다시 자라듯 졸업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살아있는 한, Never give up!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허나, 안 좋은 습관과 민폐 끼치는 것 같은 건 빨리 포기해야 좋다. 생의 졸업은 죽음이다. 대나무의 매듭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종말처럼 살아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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