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력한 힘이 절실한 한국의 현실

2015-05-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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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반도를 둘러싸고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시절, 우리의 선각자들은 국제정치의 흐름이 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이후 조선에서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선각자들의 운동이 줄기차게 일어났다. 서재필과 김구, 안창호 등은 민족교육을 통해, 안중근은 의병조직의 무장투쟁으로... 그럼에도 세계 2차 대전에서 일본의 패망으로 한반도가 해방은 되었으나 결국 강대국의 힘에 의해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비운을 맞았다.

이런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최근 한반도 주변의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아시아 세력확장과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견제하기 위해 공조하면서 미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은 자위대를 발동한다는 계획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서로 긴밀해지는 등 우리의 주변국들이 실리를 위해 강대국들과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외교전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외교는 매우 소극적이고 조용하게만 느껴진다. 오죽하면 고립될 우려가 있으니 일본같은 나라에도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때에 따라 적과의 동침도 적극적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관계의 논리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이번 한국 방문에서 위안부 문제는 전적으로 잘못된 역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견해의 차이는 두 나라가 협조해서 풀어야 한다며 일본의 과오에 대해 언질을 회피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위안부 만행은 끔찍한 것이었다면서도 정작 일본과는 오히려 공조를 하고 있다.

힘이 미약한 나라는 강대국의 놀음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역사에서 쓰라린 경험을 통해 익히 터득한 사실이다. 해방정국때 주위 열강들의 이권을 위한 치열한 다툼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해 결국 한반도가 분단되는 역사적 과오를 막아내지 못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오욕의 역사는 없어야 선각자들이 흘린 피와 땀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지금 최고 실세마저 부패혐의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나라를 이끄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두 정당은 무슨 이슈가 나오면 서로 자기 당의 이득만 꾀하며 물고 뜯기에 혈안이다.

지금과 같은 격랑의 국제정세에서 어떻게 해야 한국이 나라를 지켜내고 국가의 이익과 발전을 꾀할 수 있을까? 이번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서로 공조를 통해 발전을 꾀하기로 한 것처럼 인접국들과의 긴밀하고 밀접한 우호관계가 우선이다. 더 절실한 것은 안에서 지도자를 중심으로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조선왕조가 극도의 위기에 처했던 19세기 말 우리의 선각자들이 보인 애국운동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서재필은 “배워야 산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교육운동을 적극 벌였다. 안창호도 “힘을 기르자, 실력이 우선”이라며 인격, 도덕, 지식의 배양을 강조했다.

지금 한국사회는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좌우, 지역, 세대, 파당의 대립을 극복하고 지도층의 부패를 척결하지 못한다면 국가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선각자들이 위기의 정국에서 활발하게 벌인 애국운동이 다시 분연하게 일어나야 하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느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전국민의 단합된, 첫째도 둘째도 실력배양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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