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노무현을 생각한다

2015-05-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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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산(자유기고가)

몬태나주의 한 연방판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조롱하는 인종주의적 농담 글을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퍼 나르기를 했다가 비난에 직면해 곤욕을 치렀다.
이 이메일은 한 소년이 엄마에게 “왜 나는 흑인이고 엄마는 백인이에요”라고 묻자 “버락, 네가 짖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다”라는 내용으로 흑백 혼혈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개’에 비유하는 듯한 조크성 글이었다. 오바마는 이메일에 침묵했고, 대변인도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9월12일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와 관련,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항간에 나도는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루머를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발끈했다.


2004년 8월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공연한 연극 ‘환생경제’에서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개잡놈” “육시럴놈” “사내로 태어났으면 ××값을 해야지” 등 온갖 쌍욕과 저주의 막말을 퍼부어 댔다. 이에 대해 노무현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을 해도 박근혜 대통령 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오는 23일로 그가 서거한지 6주기가 된다. 그를 마음껏 욕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행복했던 때였음을 이제 우린 알았다.

작가 공지영이 그랬다.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으로 이미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희망이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그의 존재만으로 역사가 굉장히 발전했다”고도 했다. 라면을 좋아하고, 재임 중 고향에 가서는 무릎을 꿇고 촌로들에게 두 손으로 막걸리를 따라 올리던 대통령 노무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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