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씁쓸한 어느 수요일 저녁

2015-05-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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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포트리 법원에 갔다가 느낀 점을 몇 자 적는다. 조지워싱턴 다리 근처에 사는 나는 한쪽 헤드라잇이 꺼졌다는 이유로 항만청경찰로부터 티켓을 받았고 한 달 후 법원에 출두해 약 한 시간 후에 만난 검사에게 기각판정을 받았다.

법정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둘러보니 대략 150명 정도의 죄인(?)들이 앉아 있었는데 놀랍게도 어림잡아 약 95%의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소수인종’들이었다. 아마도 ‘백인’들은 소수민족보다 훨씬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가 보다.

법정을 나오며 나의 티켓이 기각되어 좋다는 마음보다 딸인 듯한 어린아이의 손을 꼭 잡고서서 직장을 잃었으니 벌금 200달러를 두 달만 연기해 달라고 호소하는 한 히스패닉계 여자의 뒷모습이 아른거려 왠지 씁쓸한 저녁이었다.
김배묵(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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