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2015-05-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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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국은 ‘88서울올림픽’ 이후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강인함, 인내와 끈기를 살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냄은 물론, 세계를 주름잡는 여성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빛내고 한국여성의 우수성을 알린 선수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 미 여자프로골프 LPGA에서 최초로 박세리에 이어 지금까지 한국낭자 20여명이 세계정상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여성에 대한 페쇄적인 사회인식과 남성 권위주의에 눌려 집안에서 소리도 내지 못하던 한국여성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골프에서 한국여성들이 줄줄이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남성들의 강한 권위의식을 참고 견뎌낸 한국여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여성들의 이런 강인한 정신력으로 예전에는 한국가정에서 미담도 많이 나왔다. 여성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은근과 끈기로 참다 보니 결과적으로 가정을 평화롭게 하여 가장이 잘 됐고 아이들도 큰 탈 없이 대체로 잘 자랐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전후 전쟁과 가난으로 굴곡진 시대를 살아온 그 당시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꿋꿋히 버티면서 만들어낸 한국어머니들의 위대한 결실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한인가정의 부인들은 남편이 잡이 떨어졌거나 능력이 저하되면 이를 트집 잡아 부부 두 쌍 중에 한 쌍이 이혼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젊었을 때 잘 못해주었다고 늦은 나이에 황혼이혼을 하자고 하거나 남편이 연금이 나오는 걸 기다려 갈라지자고 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문제아가 되고 남편은 일이고 뭐고 다 손 놓아 집안이 풍비박산 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남녀평등, 여성의 지위가 존중되는 미국사회에 이민온 한인여성들의 역할이 새삼 조명되는 이유다. 갈수록 버거워지는 세상에서 식구들을 책임진 가장이 힘을 얻고 자녀가 잘 되려면 여성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의 저명한 대학자 공자는 누군가가 정치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는 제안에 부모를 잘 모시고 가정을 지키는 것도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임금은 “정치도 가정주부가 생선을 끓이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집안일이 정치와 하등 다를 바가 없음을 뜻한다. 여성이 식구들을 잘 보살피고 가정을 지키는 것도 일종의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고 국가 발전에 보이지 않게 이바지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세계에서 성공한 민족으로 칭함 받는 유대인 부부는 이혼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남성이 여성을 소중히 여기는 전통에서 나온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의 학업을 돕고 사업에 성공하도록 뒷바라지 하며 육아 및 가사에 힘쓰는 것을 중시하는 여성 특유의 모성애가 크게 한몫을 한 결과이다.

모성애라 함은 온유함, 배려, 인내, 끈기 등으로 누군가를 감싸주고 배려할 수 있는 여성특유의 감성을 말한다. 이제껏 인간사회는 이 모성애에 의해 수많은 난제들을 극복해 왔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 말미에는 ‘우리(가정/ 사회/ 국가/ 세계)를 구원하는 힘은 결국 여성적인 것에 있음을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성취되었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진리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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