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처님 오신 날

2015-05-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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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우스님(뉴욕선련사 주지)

‘부처님 오신 날(5월25일)’은 서가모니 부처님, 고다마 시타르타 태자의 생일이다. 태자의 생일을 욕불일로 정해 등을 밝히고 불공을 드리며 야단스럽게 축하하는 이유는 태자가 권력과 호강을 버리고 출가해 6년 고행 끝에 도(진리)를 깨쳐 부처(Buddha)님이 되셨기 때문이다.

깨친 뒤에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사람마다 모두 부처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믿기 어려운 놀라운 소식을 널리 알리고 깨우쳐 주려고 갠지스 강을 몇 번이나 건너다니며 북인도지방을 여행한다.


45년의 교화기간 중 부처님이 가장 많이 쓴 말은 ‘도반(Mitra)’과 ‘선지식(Kalyana-Mitra)’이다. 도반은 길벗이고 선지식은 의지할만한 좋은 친구라는 말이다. 깨쳤던 깨치지 못했던 우리 모두 부처의 성품을 가진 부처후보생으로 도반의 인도와 스승(선지식)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이 희망찬 기쁜 소식을 우리 옆에 왔다간 한국인 부처 성철스님(1912-1993)은 “실상은 때가 없어 늘 깨끗하니 어린이와 노인을 부처님으로 섬기고 죄인과 악한 사람을 지극히 존중하고 원한 깊은 사람을 사랑하고 도와주라”고 표현했다.

2600년의 역사를 가진 불교는 20세기 전반까지 동남아와 동북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20세기후반 아시아의 난민과 이민을 통해 서양에 정착해 세계 종교로 등장한다. 그러나 불교가 서양에서 주목받은 것은 이민불교(Ethnic Buddhism)가 아니라 서양지식인들의 서양문명에 대한 회의와 인본주의 자력 종교 불교와의 만남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전쟁으로 황폐해진 인간의 마음은 새로운 정신질서를 요구하고 있었다. 지혜와 자비의 종교로 마음공부를 통해 인간을 궁극적으로 신뢰하는 불교의 가르침은 서양인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제공한다.

불교는 지금 서양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불교는 불교가 서양과의 만남에서 촉발된 개척불교운동이다. 인도불교가 중국, 티베트, 한국, 일본에 와서 대승 불교의 꽃을 피웠듯이 아시아불교가 서양에 와서 새로운 지혜방편과 자비로 생태계 보존 녹색불교운동과 연기(Interdependent Origination)와 자타일여의 세계관으로 디지털 지구마을의 안녕과 평화에 이바지하리라는 기대와 바람이 있다.

그 조짐으로 참선과 명상, 텅 빈 소식 반야지와 바로 지금 여기의 예지가 문화예술, 과학 기술 그리고 금융시장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척불교 법사수가 3,500명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 누구나 자기 안에 아기부처가 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자기부처 찾아보고 깨달아 자연훼손 방지하고 욕심내지 말고 낭비하지 말고 지구촌 주민들이 싸우지 말고 화목하게 지내도록 서로서로 연대하고 노력하며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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