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 사랑해요

2015-05-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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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전직 인베스트먼트 매니저/ 노스 칼드웰)

내일은 어머니날이다. 정원에 만발한 꽃을 바라보면서 또 어머니 생각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가 1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어머니 생각만 하면 코끝이 찡 하고 가슴이 저려오는 것은 여전하다.

어머니는 참 재주가 많으셨다. 우리 형제들 옷도 손수 만들어 주시고 명절 때는 한복에 버선까지 만들어 주셨으며 음식장만 때도 늘 예쁘게 장식하시는 걸 잊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자주 불평을 하시기 시작했다. 지갑에 있던 돈이 없어지고, 반지도 없어지고 화장품 까지 없어졌다고 투정이시다. 아무도 가져갈 사람이 없으니 아버지가 가져가신 게 틀림없다고 우기신다. 언제나 모범적으로 행동하시고 명랑하고 우아하시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어머니에 대한 간호가 힘들어 졌다. 점점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지고 식사하기조차 힘들어 하셨다. 식구들과 의논 끝에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모시게 됐다.

처음 어머니를 양로원에 떨어뜨리고 오던 날 나는 마음이 아파 밤새도록 눈이 빠지게 울었다. 세 살짜리 어린애를 복잡한 고속도로에 놔두고 혼자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집에 계신지 양로원에 계신지도 모르셨다. 어머니를 방문 할 때마다 건너 방에서 자고 가라고 붙드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지옥에서 악마들이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양로원에서도 인기가 있으셨다. 아무리 정신이 없으셔도 보조원들한테 ‘땡큐(thank you)’ 하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점잖은 할머니로 소문이 났다.
나는 어머니의 재주와 교양을 반도 채 못 배웠다. 늘 일에 쫓겨서 어머니를 자주 뵙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어머니가 다 용서해 주셨을 것을... “엄마 사랑해요!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엄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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