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성희롱 스트레스 퇴직은 ‘부당해고’

2015-05-08 (금) 12:00:00
크게 작게
파산한 남가주 한인 업주가 전 종업원에 대한 성희롱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날로 엄중해지는 미 사회 기류를 반영하고 있어 여전히 무심한 상당수 한인업주들에게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LA의 한 택배업체에서 근무하며 2010년 가을부터 9개월간 업주 이씨로 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한 기혼 여직원 심씨는 시달리다 못해 2011년 5월 직장을 그만 둔 후 관계당국에 고발했다. 2013년 초 이씨가 파산을 신청하자 심씨도 파산법원에 성희롱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2년간 계속된 법정투쟁의 결과는 심씨의 승리였다.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채무이행을 면제 받는 파산이지만 성희롱에 대한 책임은 피해갈 수 없음을 명시한 판결이다. 금년 3월 연방파산법원은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린 끝에 직장을 그만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된다면서 정신적 피해보상에 미불급료를 더해 7만2,400달러를 이씨가 심씨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한 가정의 실질적 가장인 심씨가 사표를 냈어야 할 만큼 괴롭힌 업주의 성희롱은 회식자리도 아닌 사무실에서 상습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의 미국 내 직장에서 아직도 이처럼 원색적인 성희롱이 자행된다는 것을 믿기 힘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쉬쉬하던 직장 내 성희롱이 사회문제로 조명된 계기가 1991년 아니타 힐의 연방상원 대법관 인준 청문회 증언이었다. 예일 법대 출신의 변호사로 대학 교수인 아니타 힐이 연방기관 재직시 상사였던 대법관 지명자 클레어런스 토머스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들을 폭로한 것이다.

저임금 하위직 여성들 뿐 아니라 고임금 전문직 여성들도 무력하게 당하는 미국직장의 성희롱 세태에 공분한 여론이 들끓으면서 증언 한 주 뒤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려던 성희롱 처벌 강화법에 서명해야 했었다. 당시 한해 6,000여건이었던 성희롱 고발건수도 지금은 2배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성희롱은 ‘과민반응’이라며 피해 직원을 왕따시킬 사안이 아니다. 경제적 뿐 아니라 업체의 이미지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심각한 위법행위다. 해고든 퇴사든 그만 둔 종업원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엄청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의 승소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바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