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 은혜’

2015-05-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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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불교경전인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 어머니의 열 가지 은혜를 소개하고 있다.
아기가 뱃속에 있는 동안 어머니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기가 움직일 때마다 몸을 조심한다. 바람만 불어도 걱정한다. 먹고 입는 것도 주의한다. 아기를 위해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는 마음이다. 이는 배 안에서 열 달 동안 길러주신 은혜다.

아기가 태어날 때쯤이면 근심과 두려움이 쌓이기 마련이다. 산통으로 겪는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산통을 이기면서 아기를 낳는 것. 어머니의 위대함이다. 바로 해산할 때 고통을 이기시는 은혜다.


어머니는 고통을 겪고서도 아기가 태어나면 기뻐한다. 언제 괴로웠나 싶다. 막 태어난 아기를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 본다. 자식을 낳고 모든 근심을 잊으신 은혜라 하겠다.

어머니는 아기가 배탈이 날까 찬 것은 데워서, 뜨거운 것은 식혀서 그리고 좋은 것만을 골라서 먹인다. 달콤한 것은 입 속에 넣다가도 뱉어서 입어 넣어준다. 쓴 것은 아기대신 먹으면서도 눈썹하나 찡그리지 않는다. 그런 어머님의 마음이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시는 은혜다.

어머니가 아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닿도록 고생 하시네’라는 노래 가사가 꼭 맞는 표현이다. 아기를 품에 안아 편안함을 준다. 그렇게 사랑을 전달한다. 헤아릴 수 없는 정성을 쏟는다. 밤낮으로 애도 쓰신다. 그것이 마른자리 아기 뉘고 젖은 자리 누우신 은혜다.

젖은 어머니의 살이며 피라고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은 한결 같은 사랑이다. 비록 아기에게 모자란 데가 있다고 해도 미워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대신 오히려 건강한 아이보다 더욱 정성껏 보살핀다.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인 것이다.
젖을 토한 아기의 몸을 한 번 씻을 것을 두 번 씻으면 고생은 늘어난다, 하지만 아기는 깨끗하게 자랄 수 있다. 어머니의 모습은 자식 뒷바라지에 야위고 시들어 간다. 그렇지만 아기의 얼굴은 차츰 예쁘고 귀엽게 변해간다. 아기가 자라는 것은 어머니의 피와 살을 닦아내는 고통 덕분이다. 정성어린 보살핌의 대가다. 그런 것이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씻어주시는 은혜다.

자녀가 성장하면 부모의 곁은 떠나서 살기 마련이다. 나이든 딸이 시집을 못가면 밤낮으로 걱정이다. 시집을 가도 시집살이는 잘하는지, 아들딸은 잘 기르고 있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자식을 공부, 군대, 직장일 등으로 멀리 떠나보내면 따뜻한 손길이 미치지 못해 더욱 걱정이다. 아들딸이 집을 떠나면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더욱 간절하다. 그런 것이 멀리 떠나면 걱정해 주시는 은혜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아프면 대신 아파하고 싶어 한다. 고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식들이 잠시라도 고통을 받을 세라 마음을 졸린다.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들이 괴로운 일을 당할 때면 어머니의 그 마음은 오랫동안 아픈 것이다. 자식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어머니의 은혜다.

자식들의 나이가 아무리 많다 해도 어버이 앞에서는 늘 어린애일 뿐이다. 그래서 앉거나 서거나, 멀리 있거나 함께 있거나 언제 어디서나 자식을 사랑한다. 아끼며 불쌍히 여기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끝없는 자식사랑으로 애태우시는 어머니의 은혜는 그런 것이다.

부모은중경은 어머니의 크고 깊은 은혜에 보답하라고 가르친다. 그럼, 한인사회에서 이런 가르침을 실천하는 한인들은 얼마나 될까?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드물다. 얼마나 적으면 5월 가정의 달에 효자, 효녀를 선정해 상을 다 주고 있지 않은가.

이번 주 일요일인 10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이번 어머니의 날에는 아들딸 손자손녀가 어머니, 할머니를 따뜻하게 꼭 안아드리자. 작은 행동이지만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가장 기쁘게 만드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어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언제나 자식들이다. 자식들의 작은 마음에도 행복을 느끼는 그런 것 역시 어머니 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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