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려함 속에 담긴 파워게임’

2015-05-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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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갤러리 부관장>

사람들은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람쥐 쳇바퀴와 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삶에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지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한편에 늘 간직하고 산다. 반대되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비밀스레 감추어진 것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비즈로 꼼꼼히 수놓아 반듯한 작품 속에 늘 반전의 이야기가 강주현 작가의 Secret Garden에 공존한다.

강주현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2년 유학 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흙에 관한 작업을 시작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질서에 관한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강 작가는 뉴욕의 한국 문화원, 텐리 갤러리(Tenri Gallery), 존제이 갤러리(John Jay Gallery) 웍 스페이스 갤러리(Work Space gallery), 아티스트 스페이스 갤러리(Artist Space Gallery), 엑싯아츠 갤러리(exit Art Gallery)를 거쳐 밀란, 이태리, 한국에서 전시했고, 현재는 중국 상하이 Fu Xin Gallery의 전속 작가로 일하고 있으며, LA, Las Vegas에 작품을 출품하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초창기 추상화를 그리던 강 작가는 자신에게 조차 모호하고 주소지가 정확하지 않아 전달되지 못한 편지처럼 답답함을 느껴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길 원했고, 정확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추상화를 할 때도 사용해 왔던 비드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업을 시도했다. 시간이 갈수록 빛의 양과 각 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비드에 매력에 빠져들게 15년째 비드작업을 하고 있다.

작은 비즈로 만들기 때문에 한 작품이 완성되려면 3-6개월의 시간이 걸리며, 보통 주제에 맞는 바탕색도 30여 번의 덧칠을 해야 원하는 Depth와 색이 나온다. 한 올 한 올 올려놓는 작업도 힘과 에너지를 많이 소진하고, 현실적인 면에서 이해 타산적으로 시간과 정성을 계산한다면 하기 힘든 작업이지만, 비즈위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인생을 내려놓으며 자서전을 쓰는 자세로 작업을 한다.

비즈로 된 작품이고, 주제가 뚜렷해 보여 그 안에 숨은 이야기 또한 가볍고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에 인간의 힘과 권력, 보이지 않는 갈등과 긴장에 대한 구도를 담아낸다. 먹고 먹히는 자연계의 먹이사슬처럼 꼭 필요한 상황임과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되어있는 권력의 구조, 즉 한쪽에서 놓지 않으면 절대로 끝날 것 같지 않은 힘의 양성을 작품에 담아 가벼운 듯 절대 가볍지 않은 세상을 표현한다.

강 작가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의인화된 동물과 오브제를 이용한다. 이솝우화와 같이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인간세계를 위트 있게 꼬집어 내어 동물로 인간사를 작품화한다. 집과 왕관시리즈는 오랜 타지생활 속에서 고향을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시작으로, 평안하고 안정된 느낌과 동시에 힘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담겨 현대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불안감에 대해 보호 구역과 같은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작업이다.

늘 반대되는 무언가가 공존하는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 또한,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봐야만 정성을 알아볼 수 있고, 아주 멀리서 봐야만 그 안에 담은 큰 의미를 볼 수 있다. 설명을 들을수록 주제가 명료해지나, 그 안에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되면 더욱 즐거워지듯, 도란도란 모여 앉아 옛날이야기 듣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처럼 다음 스토리텔링이 기대되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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