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의 화목은 세계를 얻은 것

2015-05-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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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세상을 지탱하게 해 주는 건 여러 가지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정이다. 가정은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정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길로 변모해 왔다.

사람이 삶을 이루어가기 위한 최소단위의 사회가 형성되는 곳이 가정으로 가정은 부(아버지)와 모(어머니) 그리고 자식들로 구성돼 이루어진다.
현대적 가정의 의미는 부와 모와 자식의 공동체가 아닌 동성가족과 미혼가족 등 인류시작의 가정개념으로부터 무척 변모, 진화돼 있다.


그렇지만 인류를, 이 세상을 세상 되게 만들어가고 지탱하게 하는 것은 남과 녀가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그 자식들이 다시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대를 잇는 보편개념의 가정이란 곳이 아닐까.

걷기운동을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는 야외가 있다. 그 곳의 주위를 다 돌게 되면 약 5-6시간을 걷게 된다. 그 곳엔 인공으로 지어진 호수가 있다. 2주 전부터 이 호수 가에 두 마리의 오리(기러기 종류)가 살고 있다. 한 마리는 암컷, 한 마리는 수컷 같다. 암컷이 알을 까고 부화를 하려는지 수컷이 주위를 경계한다.

암컷은 깃털로 덮인 땅 위의 한 자리에 눌러 앉아 2주째가 되어도 꼼짝 않고 있다. 수컷은 사람이 가까이 가면 입을 벌려 혀를 쭉 빼고 금방 달려들 기세로 위협을 가한다. 새끼를 부화시키려는 암컷과 암컷을 보호하려는 수컷. 태어나려는 새끼들을 위해 취해지는 두 마리의 오리를 보며 동물들에게도 가족의 피가 흐름을 본다. 오리뿐만 아니다.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는 코끼리 가족의 이동과 사자와 곰 등 사나운 짐승 가족들을 본다. 이들도 공동체를 이루어 새끼를 보호하고 아낀다. 사자도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

이렇듯 사람이나 동물들은 끈끈한 정으로 엮여 가정 혹은 가족이란 공동체를 이루어간다. 끈끈한 정이란 물이 아닌 피에서 나온다. 홈(Home)과 하우스(House). 홈과 하우스는 사람이 가족이 되어 가정을 이룰 때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다. 홈은 집속의 가정을, 하우스는 가정 밖의 집을 뜻한다. 남편, 아내 혹은 자녀들이 집을 나와 학교나 직장에서 공부나 일 하고 돌아갈 때는 집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집 안에는 반드시 홈이 있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집안은 가족들이 밖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건물인 하우스만을 향해가게 된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집안은 그와 반대다. 홈을 향해 가게 된다. 홈은 자기를 따뜻하게 반겨 줄 가족들이 있는 곳이다.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 곳이 홈이다. 그러나 주거지로만 사용되는 집이라면 그곳은 건물인데 정과 사랑이 있을 리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격언이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되고 만사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2세들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다.

부모가 화목한데 자식이 안될 리가 없다. 청소년들 비행의 원인은 가정의 불화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흔하다. 가정이 화목하여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데 왜 자식들이 문제를 일으키겠는가.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편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나온다. 나라와 세계를 다스리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해야 하고 다음엔 가정을 화목하게 잘 돌 본 후에 비로소 나라와 천하의 평정을 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 가정과 가족하나 돌보지 못하면서 어찌 대장부의 뜻을 이룰 수 있으랴.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원천이 된다.

동물들에게도 있는 가족 사랑이다. 식어진 가족 간의 정과 사랑을 다시 확인해 보는 달이다. 자신의 집을 하우스가 아닌 홈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정이 평안하면 문제아 생길 이유가 없다.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가정의 화목은 세계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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