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경기, 변화가 생존 키워드다

2015-05-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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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경제팀 부장대우)

“사진 ‘앱’ 서비스 너무 맘에 들어요”

최근 한인 타운의 한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은 후배 부부의 말이다. 4살 된 남자아이를 두고 있는 이들 부부는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제출하라고 해 큰맘 먹고 동네 사진관을 찾았는데 사진 파일과 함께 ‘앱’을 통한 사진 슬라이드 영상과 가족사진이 들어간 예쁜 프레임까지 덤으로 받았다며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 하면서 아날로그 업종이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진관처럼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 네오 아날로그 시대를 열어가는 한인업소들이 늘고 있다.

한인 타운에서 10년 넘게 사진관을 운영 중인 한 한인은 “디지털이 대세지만 손때 묻은 사진첩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원하는 고객들이 아직 많다”며 “사진 앱 서비스와 프레임 제공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 사진업계의 생존 전략으로 다행히 신구 세대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과 함께 디지털 바람을 정면으로 맞은 또 다른 업종은 인쇄다. 디지털 인쇄가 발달하면서 한때 아날로그 인쇄가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업계는 인쇄기술로 맞섰다. 디지털 인쇄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자연스러움과 섬세함은 결코 아날로그 인쇄를 따라올 수 없다는 확신으로 변화를 시도한 끝에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것.

20년 경력의 한 한인 인쇄소 대표는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매상이 급격히 떨어져 문 닫을 생각까지 했는데 얼마 못가 디지털 인쇄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아날로그 인쇄의 가치가 급상승, 기술력이 있는 인쇄소는 대부분 회생했다”며 “힘든 시기 인쇄기술에 대한 확신으로 디지털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입히는 등 변화를 모색한 것이 인쇄업계의 생존 전략이 됐다”고 토로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매서운 디지털 바람을 이겨낸 사진과 인쇄가 한인 업계의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청과업과 수산업, 네일, 뷰티, 세탁업 등도 불황타파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10년 가까이 버티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청과업계가 도매업계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인 업계는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부응, 이제라도 변화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불경기, 변화가 생존의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후배 부부가 자랑질 끝에 보여준 가족사진 사진 슬라이드 영상은 배경음악이 흐르는 한편의 작품으로 잔잔한 감동까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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