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제는 놓아 주십시오(Let It Go)”

2015-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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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희(전 뉴욕시 인권국 인권담당관)

본인은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최근 벌어지는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미주 한인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일에 끌려들어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50만 동부 미주한인의 대다수같이 한인회에 관심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민승기 회장에게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본의 아니게 첫 번 변호사를 추천하게 되면서 끼어들게 됐다. 변호사에게 싸움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함으로 정관 및 양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민회장 측이 잘못한 게 아니라 김 후보 측과 전직회장단들로 부터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 고유의 의협심이 발동하여 나도 힘자라는 대로 민 회장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민 회장측만 다 옳고 김 후보나 전직회장단의 주장이 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내 견해로는 우리한인들의 정서와 전쟁전 세대들의 비즈니스 운영방식 등, 복합적인 이유로 인하여 55년 전 만들어진 한인회가 33대 한인회장을 거쳐 오며 비합리적으로 발전해온 데서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예를 들면 한인회 회원자격은 연20달러씩 회비를 내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으나 정작 회비를 내고 있는 사람은 불과 20명밖에 없다. 또 한인회 이사회비가 연 1,000달러나 되므로 정작 이사회비를 내고 있는 이사는 얼마 안 되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이사회비도 내지 않는 이사들을 통해 결정된 사항들은 효력이 없는 것이고, 회원자격이 없는 한인들이 모여 내린 결정 또한 법적효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법을 존중하고, 만민이 법을 따라 사는 사회, 이것이 바로 선진사회이며, 이 길을 배우기 위해 우리 모두 미국에 온 것이 아닌가.

뉴욕한인회부터 이 길을 정립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정관을 합리적으로 정립하여 1.5세, 2세들이 자유롭게 동참하여 마음 놓고 미 주류사회와 한인사회의 권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알고 보니 34대 취임할 민승기 회장이 계획하는 사업과 공약이 이것과 일치한다. 게다가 덤으로 플러싱의 한인노인들을 위해 노인센터까지 만들겠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민 회장이 만일 앞으로 2년 동안 이 두 가지 일들을 해낼 수 있다면 그 업적은 17대 강익조회장의 회관구입 버금가는 업적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가 할일은 이 계획들을 제대로 이룰 수 있도록 힘껏 돕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껏 해온 전직 회장님들의 크나큰 공로를 부인할 한인은 한사람도 없다. 전직회장님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나 장성한 자식을 놓아주는 것이 훌륭한 부모의 의무인 것 같이 장성한 뉴욕한인회를 이제는 놓아 주십시오. “Let I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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