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네팔참사와 인간의 삶

2015-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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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인류사회에서 무서운 자연재앙 하면 로마의 도시 헤르쿨라네움과 폼페이를 잿더미로 만든 휴화산 베수비오 산의 대폭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몇 세기 동안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은 화산폭발 당일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주부들은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고 있었으며 농부들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장터에서는 닭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거래가 분주했다. 빵집과 식당에서는 손님을 맞기 위해 빵을 굽고 음식을 열심히 장만하고 있었으며 미용실에서는 손님들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구두점에서는 점원이 손님의 발의 치수를 재고 있었다.


이때 느닷없이 발생한 화산 폭발은 푸른 하늘 아래 활기찼던 이 도시를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몇 시간 뒤 도시는 뜨거운 돌과 재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면서 모든 건물과 집, 평화롭던 일상이 한순간에 화산재에 파묻혀 버렸다. 이 도시를 구하고자 함대를 파견한 로마의 그 용감한 제독 대 폴리니우스의 용기도 이 엄청난 자연재앙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무서운 재앙이 어찌 이 때뿐이랴! 인간의 삶을 하루아침에 파멸로 몰아넣는 자연재앙은 쉬지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이 자연재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홍수, 허리케인, 지진, 토네이토 등의 결과는 인간에게 거의 재앙수준이었다. 일본의 고베 지진, 중국의 쓰촨성 지진, 아이티 지진 등 그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막대했다. 재해가 할퀴고 간 뒤의 인간의 삶은 아수라장, 충격, 공포 그 자체였다.

81년만에 발생한 규모 7.9의 강진으로 네팔 카투만두의 주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대 재앙도 마찬가지로 현장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기 그지없다. 주민들은 순식간에 사랑하는 가족과 집, 모든 생활의 기반을 잃고 고통과 슬픔속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

건물이 무너진 참혹한 현장에서 노숙하는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먹을 것과 마실 물, 담요 등 생필품과 의약품도 제대로 없어 이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자체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네팔 당국의 발표로는 28일 현재 사망자가 4,629명, 부상자가 7,180여명이라고 하지만 앞으로도 사망자가 더욱 늘어나 1만 명까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긴급구호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지만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전 세계의 인류애적인 신속한 구호로 고통속에 놓여있는 수많은 이재민들의 빠른 회복을 빌 뿐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참극이 어디 이들만의 것인가. 우리도 언제고 당할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나 나만 평생 살 것처럼 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네팔의 참상은 또 한 번 삶과 죽음은 인간의 힘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인간이 이처럼 하찮은 존재라고 한다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종말론적으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굳이 욕심을 내거나 남을 미워하고 누군가를 용서 못할 이유가 없다.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세네카는 “삶은 광천수(약용으로 쓰이는 귀한 물)를 마시듯이 살아야 한다.”고 하였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도연명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며 태연하게 살라.”고 했다. 이번 네팔 참사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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