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 성장 싫어” 이런 성도 있다

2015-04-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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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밀·편안한 지금이 좋아... “향수 사라져” 변화에 거부

▶ “주차장·식당 혼잡 불편”... “기득권 잃을라” 우려까지

“교회 성장 싫어” 이런 성도 있다

교회의 성장을 모든 교인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본국 한 교회의 예배 모습.

[원인과 대안은]


목회자의 대부분은 교회가 성장하길 원한다. 영적인 부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교인이 늘어나며 규모가 커지길 바란다. 성도 역시 교회의 성장을 소망한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과연 교인들도 교회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을까?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리소스가 27일 밝힌 바에 따르면 성도라고 해서 교회의 성장을 바라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목사 청빙위원회 멤버들은 교회의 성장을 인도할 담임목사를 구하고 대다수 교인들도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인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교회의 성장에 동의할 뿐인 경우도 많다.


라이프웨이 리소스 대표인 톰 레이너 목사는 교인들이 교회의 성장을 내심 꺼리는 배경을 분석했다. 사역자들이 이와 같은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교회의 성장을 위한 내적 단결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과거에 대한 향수’이다. 친숙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환경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교인들은 사역이 확장되면서 교회가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교회의 성장은 이런 성도에게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초창기 교회의 모습이 ‘변화’하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예전의 교회가 그리울 따름이다. 이들에게는 성장이 곧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레이너 목사는 늘어나는 성도를 수용하기 위해 성전을 허물고 새 예배당을 짓는 교회에 다니는 교인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옛 성전에서 결혼식을 올렸던 여자 교인은 마치 자신의 결혼이 손상되는 슬픔을 느낀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교회의 성장으로 추억이 피해를 입는다고 오해하는 교인들이 예상 밖으로 많다는 지적이다.

또 교회의 성장은 여러 가지 불편을 가져온다. 주차장의 공간은 점점 모자라게 되고 식당은 사람들로 붐빈다. 쾌적하던 교회 로비는 분주하게 오가는 낯선 교인들로 가득 찬다. 혼자서 널찍하게 차지하던 예배당 좌석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 어느새 마음속에는 교회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

기득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교인들이 교회 성장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새 성도가 는다는 것은 바로 사역의 리더십 근본이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회의 성장이 가져오는 이런 영향을 기꺼이 감수하는 평신도 리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존 교인 사이의 친밀감이 옅어진다고 우려하는 교인들도 있다. 이전에는 서로 가까이 지내며 속속들이 사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성도가 늘면서 이런 친근함이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작은 교회일 당시 교인끼리 누렸던 살가운 관계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예배 스타일이 변하는 것도 불만이 될 수 있다. 교인이 증가하면서 다양성도 커진다. 예배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멤버들은 이런 변화에 거부감을 갖는다. 어느새 ‘예배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교회가 성장하면 예배 횟수가 늘어나고 예배시간도 달라지는 케이스가 흔하다. 경우에 따라 예배가 짧아지기도 한다. 일부 교인은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예배시간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을 갖는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교회는 자연스럽게 성장 괘도에 오른다. 하지만 교회 성장이 모든 교인들에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교회는 ‘나를 섬겨야 하고, 내 필요를 채워 줘야한다’는 그릇된 관념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일부로서 나누고 희생하는 게 크리스천의 도리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건강한 성도라고 레이너 목사는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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