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베의 야심

2015-04-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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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이룬 눈부신 발전은 서방 제국의 식민지식 공격 리더십을 모방한 대외 침략과 전쟁으로 인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치적 성공을 거둔 할아버지 세대 기시 노부스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식민지식 리더십을 따라 일본을 또 한 번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올려놓고자 하는 야심을 갖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향수에 젖은 아베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한, 그 누구도 일본의 오만한 행동을 말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이런 정신사적 패턴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의 그릇된 행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일본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선진국이 되는 것과 그들과 대적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되는 것이 아닐까.


‘독도는 우리 땅이다’ 하는 단순한 구호와 외침만으로는 일본의 끈질긴 야망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도산 안창호선생의 말대로 우리 민족은 실력을 길러야 하고, 일본을 놀라게 할 만한 리더, 발명과 발견, 노벨 수상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일본은 특성상 실력자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 이중적 내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섬나라 일본은 옛 부터 아름다운 한반도를 탐내 왔다. 우리는 또다시 고개를 든 일본의 야심을 꺾으려면 더욱 실력을 길러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아베가 오는 29일 미 의회에서 일본 정치인으로는 처음 국빈 연설을 한다고 한다. 관련 한인단체들이 이를 막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음에도 끝내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그 배경은 일본의 강력한 로비력과 막강한 경제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뉴욕타임스는 26일 방미하는 아베를 향해 과거 일제 식민지배 및 성노예, 종군위안부 등 침략의 역사를 진정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 저지른 침략사를 피상적으로 언급한다면 동아시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베는 여전히 과거 일본이 행한 역사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며칠 전 자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 자국내 의식있는 지식인들까지 과거 침략전쟁과 관련 상대 나라가 됐다고 할 때까지 거듭 사죄하라고 충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베는 이번에 또 한 번 일본을 세계 반열에 올려놓고 자국의 세계관과 대외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고취시키려 들것이다. 대체 그가 무슨 내용의 연설을 하게 될지 우리의 관심사다. 연설 안에는 분명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 한국은 일본이 어떻게 해서 미국, 영국, 러시아 등과 같이 세계 강국이 되었으며 그 바탕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일본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한국과 달리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한 나라이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이들의 시민의식은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다. 20년 전 6,40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최악의 고베 대지진 때나, 얼마 전 IS 참수로 멀쩡한 자식을 잃은 비극에도 국가와 국민에게 “폐 끼쳐 송구하다” 그리고 무조건 “애쓴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들, 아무리 슬퍼도 눈물 한 방울 없이 인내하며 감정을 추스르는, 그래서 더욱 무서운 그들이 바로 일본인이다.

그들은 분명 무슨 큰 사고가 나면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상대를 비난하고 정부에 항의하고 목청을 돋우는 한국인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런 취약점을 직시하지 않으면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기란 영원히 요원한 일이 될 런지도 모른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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