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적절한 자신감

2015-04-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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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 가면 자연히 어린아이처럼 성숙도가 저하되는 것 같고, 더해서 관료주의 수직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민주주의 평등 사회로 옮겨지면, 가치관에 현저한 혼동이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수직 사회에 적응된 사람은 작은 실수를 하게 되면 구차하게 되고, 높은 사람 앞에 서면 당황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민주주의 평등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어떠한 형편에 처하였던지 그 형편에 맞는 권리가 부여되는 것 같다.

내가 일할 때 상담하던 낙제 학생들의 자신감을 보고 의아해 했다. 학업을 종교처럼 생각하는 사회에서 자란 나는 학업 부진 학생들에 대해 오래 되고, 깊은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학습부진 학생들은 당황하기는커녕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의 이런 태도를 처음 당면 했을 때, 나 자신 위축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학생으로서 학생 신분을 잃는다는 사실보다 더 이상 심각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경제 원조는 물론 여러 학생 활동에 제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나로 하여금 자연히 최선의 상담으로 그들의 학생 신분을 복위 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깨닫게 만들었고, 어떤 이유로도 그들의 인격의 존엄성에 손상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경험했다. 그 학생들이 공부를 못한 거지, 인격에 손상이 있는 게 아니라는 해석일 것이다.

반면에 우등생들은 혹 누가 칭찬을 해도 예사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수직사회에서는 잘 하면 자랑을 거듭해서 그 성공을 희석 시키는 예를 본다. 가끔 한국 TV를 보면 유치할 정도로 자신을 내세우는 경우를 여러 계층의 전문인으로부터 본다.

또 한 예로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인데, 어느 대학 총장이 뉴욕을 방문하여 졸업생들과 좌담회를 가졌는데, 졸업생들의 자기소개가 즉 자기 자랑으로 길어져서, 총장으로부터 학교 현황이나 장래 계획을 들을 겨를이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살면서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있을 수 있는데, 자기 욕구 충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이나 사회단체를 그릇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재삼, 우리의 자녀 교육 방법을 한번 뒤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일등으로 키우기보다는,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정직과 성실성 (Integrity) 으로 융화된 성숙하고, 당당하면서 겸허하고, 안정된 인격자로 크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일등은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혹 일등이 안 된다 해도, 당당히 성장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직과 성실은 본인만이 아는 양심의 점검이라 할 수 있겠고, 오로지 우리가 자연과 사회의 질서와 법을 최대한 준수하여 일반 대중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살 때에만 당당해 질 수 있는 것 같다.
부모의 이러한 태도가 자식들에게 반영될 때, 아이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나 자연히, 적절히, 자신 있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것 이라고 믿는다.

황병남 (메타천/ 전직 대학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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