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8초의 소통

2015-04-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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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공감하며 들어주는 경청의 행위는 중요하다. 대화중에 “아하, 그렇군요!”라는 반응과 함께, 적절한 순간마다 긍정적인 질문이 제기될 때,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더 나아가 치유와 회복이 실현된다.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의사들이 환자를 만난 후, 평균 18초 만에 진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일지라도 환자를 진찰한지 18초 만에 질병 상태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18초의 소통’ 이것은 미국의 의사만이 가진 병폐는 아니다. 이것은 곧 우리의 병폐이기도 하다. 오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의사처럼 ‘18초 대화’에 능숙하다. 대화 도중에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끊는다든지, 상대방의 얘기를 관심 없이 흘려듣는 자기 독선이 허다하다.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였던 앤 설리반의 경청 교육법은 유명하다. 설리반은 일찍이 부모를 잃었다. 오갈 때가 없어서 어린 남동생과 함께 아동 보호소에 맡겨져 고아로 자랐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을 병으로 잃었다.

설리반은 극심한 외로움과 절망감에 시달렸다.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고, 난폭한 비정상 행동을 보였다. 보호소 당국은 그를 더 이상 돌볼 수 없다고 결정하고 정신병원으로 내보냈다.

이때 설리반의 보호자로 자처하고 나선 사람이 있었다. 무명의 할머니 간호사다. 할머니 간호사는 설리반을 어머니와 친구처럼 대했다. 설리반의 얘기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경청했다. 대화 끝엔 꼭 한 마디 했다. “예수님은 너를 사랑한단다(Jesus loves you)” 정신병도 이때 사라졌다. 설리반은 할머니 간호사로부터 교사가 되라는 말을 듣고 교육전문대학에 진학하여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교사가 된 설리반은 자기처럼 성장기의 아픔을 지닌 아동을 돌보는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가 되고 싶었다. 그때 만난 아이가 헬렌 켈러다. 설리반을 처음 본 헬렌 켈러는 거칠게 거부하고 반항했다. 그럴 때마다 설리반은 할머니 간호사를 생각했다. 그에게서 받은 ‘경청의 사랑’을 그대로 헬렌 켈러에게 베풀며 헌신했다. “예수님은 너를 사랑 한단다”는 말과 함께.

마침내 헬렌 켈러의 마음도 열렸다. 할머니 간호사가 설리반에게 그랬던 것처럼, 설리반도 헬렌 켈러에게 위대한 경청의 스승이 되었다. 설리반이 할머니 간호사의 제자가 되듯이, 헬렌 켈러도 설리반의 제자가 되었다. 아름다운 인맥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초대교회 공동체, 무명의 할머니 간호사, 설리반과 같은 경청의 리더가 돼라. ‘18초의 소통’이 만연하고 생생한 물리적 만남이 점점 메말라가는 이 사회는 그런 리더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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