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리웃에 보내는 냉소… 빌리 와일더의 명작

2015-04-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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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에 보내는 냉소… 빌리 와일더의 명작

노바(글로리아 스완슨)가 조(윌리엄 홀든) 앞에서 자신의 무성영화를 찬탄하고 있다.

[선셋대로(Sunset Boulevard·1950) ★★★★★]

환상과 미혹 위에 세워진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또 그것들을 웃어 제친 명장 빌리 와일더의 잔인하도록 냉소적인 블랙 코미디다. ‘할리웃의 과거요 현재며 미래’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로맨틱하고 우아했던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이기도 하다.

무성영화 시대의 수퍼스타 노마(글로리아 스완슨)의 총격을 받고 그녀의 선셋대로에 있는 저택 풀에 눈을 뜨고 엎드린 채 떠 있는 조(윌리엄 홀든)의 회상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각본가로 성공하기 위해 할리웃에 온 조는 빈털터리로 페이먼트가 늦은 자동차를 회수하러 온 사람들을 피해 선셋대로로 내빼다가 노마의 집에 숨어든다.


그리고 노마의 권유로 이 집에 머물게 된 조는 노마의 젊은 기둥서방이 된다. 노마는 과거의 영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아직도 자기가 수퍼스타라고 믿는 과대망상증자로 툭하면 자신의 무성영화를 틀어 놓고 자기도취에 빠진다. 그리고 “나는 커. 작아진 것은 영화들이야”라고 큰 소리를 친다.

그러나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가 자기를 떠나려고 하자 노마는 자살을 기도한다. 이에 차마 노마를 못버린 조가 결국 가방을 싸들고 노마의 집을 나가는 순간 그를 쫓아온 노마가 쏜 총에 맞아 조는 비명횡사하고 만다.

감독상 등 11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각본상과 음악상(프란츠 왁스맨) 등 3개만 받았다. 영화에서 전율스럽도록 뛰어난 것은 스완슨의 연기. 9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녀의 연기는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광기마저 서린 맹렬한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52세였다.

와일더는 현실성을 살리고 또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 무성영화 시대의 빅스타들과 연예인들을 실명으로 출연시켰고 영화 제작사인 패라마운트의 건물과 함께 실제 영화 촬영장면까지 삽입했다. 필견의 명작이다. 흑백.

[에이스 인 더 호울(Ace in the Hole·1952)★★★★½]

역시 빌리 와일더 감독의 명화로 센세이셔널리즘을 추구하는 매스컴을 맹렬히 비판한 드라마다. 대도시에서 뉴멕시코주의 깡촌으로 쫓겨난 기자가 좌절에 빠져 살다가 옛 인디언 유적이 있는 동굴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는 내용을 자기 입맛대로 쓰기 위해 부풀려 보도하면서 전 미국의 화제가 된다. 커크 더글러스의 불같은 연기가 볼만하다. 실화가 바탕이다. 흑백.

24일 하오 7시30분, Aero극장 (1328Montana Ave. 샌타모니카). 323-634-4878. 동시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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